"유럽 본토에서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CT-P13의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은 유럽 지역 허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폐막한 2012 유럽류머티즘학회(EULAR)에서 셀트리온은 존슨앤존슨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CT-P13이 유효성ㆍ안전성 측면에서 동등성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가 앞으로 나올 제품들도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다소 들뜬 목소리를 보였다.
임상에 참여했던 박원 인하대병원 박사와 유대현 한양대 교수는 각각 공식 석상에서 결과에 대한 오럴(Oral) 프레젠테이션과 포스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각 발표마다 약 500~600명이 방문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 학회에서 발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EULAR 측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허가와 관련해 이미 상당히 유리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기는 이르면 연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강직성 척추염(AS)과 류머티즘 관절염(RA)과 같이 대표질환 임상을 성공하면 유럽 측에서 오리지널 제품과 동등성을 인정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품 출시에 대해 서 회장은 "전세계 국가들이 재정적자 문제가 많은데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싼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보급되면 국가 재정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건강보험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손가락 마디까지 통증을 느껴야 저렴하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치료받지 못했던 환자들까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주로 선진국에서만 사용될 정도로 오리지널 제품 가격이 높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셀트리온의 제품을 자국 환자들에게 쓸 수 있다는 기대치가 높다는 설명이다. 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공급되면 한정된 국가 보험 예산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 레미케이드를 1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2,000달러. 바이오시밀러는 동등한 효능을 지니면서도 가격은 70% 수준이다. 유헌영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은 "원가경쟁력을 갖고 있으므로 경쟁사의 가격 정책에 맞춰 철저하게 치고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내부에서는 조만간 국내 허가가 이뤄진 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상업화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 사장은 "내년 초가 되면 40여개 국가에서 동시에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음 계획에 대해 서 회장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이 허가 절차 단계를 밟을 예정이고 오는 2016년까지 매년 1~2개 제품을 내놓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포괄적으로 막아주는 독감 치료제 바이오 신약이 연말부터 인체 임상에 들어가며 광견병 치료제, 간염 치료제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로 매출을 늘려가면서 바이오신약도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상하는 것.
서 회장은 특히 "2015년 이후를 대비해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외에 기술융합형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델은 접합기술(CONJUGATION)이라 불리는 것으로 항체와 합성 의약품의 특성을 결합해 특정 범위에서 효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약 3~4년간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하겠지만 이후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경우 앞선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어떻게 시장을 창출해내느냐는 이제 우리와 현지 유통 파트너사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한국이라는 나라의 회사 제품이 미국이나 유럽의 제약회사 보다 품질이 좋고 배려하는 정책이 강하다는 것을 꼭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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