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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90년대초 일본과 '판박이'
입력2004-09-03 07:46:18
수정
2004.09.03 07:46:18
경제상황·정책·소비심리 등 흡사…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가 지난 90년대초 일본과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이경 연구위원은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월간 '나라경제 9월호'에 기고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상황으로 미뤄 '불황의 만성화'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경제지표상 지난 90년대초 일본의 불황초기와 올해 우리나라 상황이 비슷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의 경우 일본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지난 89년 1.9% 이후 90-92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으며, 우리나라도 도소매판매가 2002년 8.3% 증가에서 지난해 -1%, 올 5월까지 -2.2%로 지속적인 감소세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일본이 지난 89년 16.6%에서 91년 -2.4%, 92년 -14.2%로 급격히 위축됐는데, 우리나라도 2002년 1.6%에서 지난해 -2.3%, 올 1.4분기 -3.8%로 떨어졌다.
또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인해 건설경기가 급격히 냉각됐다는 점도 비슷한 양상이며 제조업 공동화 심화, 저금리에 수반한 경기침체, 거시경제 정책의 효과부족등도 거의 같은 모습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경기불황의 구조적인 요인도 양국이 시차를 두고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즉, 정부주도의 성장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산업의 이중구조가 심화됐으며 후속 신기술 개발이 부진한 점이 공통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우리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고 있는 금리인하, 적자재정 등의 경제정책이 일본 불황기 때 일본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최근 우리 경제불황의 근본원인이 불확실성에 근거한 심리적 요인이라는 점도 과거 일본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에 비해 여러가지 여건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침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경기부양을 통한 일시적 문제 해소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각 경제주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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