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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자기에 전통 공예 덧입히다

행남자기 70주년 맞아 흑자전환 비책<br>도태칠기·칠보공예 접목… 작품 아닌 식기로 시판<br>조직개편·R&D 강화 등 예술 브랜드로 변화 모색

손대현 장인이 행남자기 70주년 기념 도자기인 '도태칠기' 를 제작하기 위해 옻을 바르고 있다. 도태칠기는 9번의 옻칠과 자개(나전) 무늬 조작을 거쳐 완성되는 전통자기다. 사진제공=행남자기

김유석 대표

14일 경기도 광주의 손대현 장인(서울시 무형문화제 제1호 옻칠장)의 공방. 생활도자기업체인 행남자기가 이달 중 한정수량으로 선보일 도태칠기(陶胎漆器) 제작이 한창이었다.

손 장인이 본차이나에 손수 옻칠을 하고 말리고를 9번 반복하자 검붉은 빛깔의 도태칠기 바탕이 나타났다. 여기에 자개(나전)조각을 붙여 장식을 더하면 비로소 도태칠기가 완성된다. 본차이나란 원료에서 소뼈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고급 도자기를 말한다.

손 장인은 "도태칠기를 작품이 아니라 식기로 본격적으로 시판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행남자기의 디자인팀에서 만든 디자인을 장인 7명이 아름답게 재탄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태칠기와 함께 행남자기는 전통 칠보공예를 도자기에 접목, 7가지 보석처럼 영롱한 빛깔을 띠는 칠보자기(七寶瓷器)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행남자기가 '전통공예와 생활도자기의 만남'을 주제로 최고급 전통자기 복원 프로젝트에 나선 이유는 16일로 다가온 창립 70주년을 계기로 재도약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생명력이 긴 옻칠은 70년간 변함없이 도자기 산업을 지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활자기의 역사를 만들어 온 행남자기의 모습과 닮아 있다"며 "그래서 70주년 기념 도자기로 손색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942년 설립된 행남자기는 국내 최초로 도자기의 산업화에 성공한 국내 최고(最古) 도자기업체다.

이 회사는 7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을 향한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행남자기는 도자기 시장 축소의 직격탄을 맞고 정체기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53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선두가 됐지만 지속되는 적자가 큰 문제다.

이에 행남자기는 지난 2월 김유석(41ㆍ사진) 대표(총괄사장)가 취임해 내부 혁신에 박차를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용주 회장의 장남으로 행남자기의 4세 경영이 개막된 것이다.



우선 김 대표는 흑자전환을 위해 취임 초부터 회사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적자경영은 기업의 영속성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특판사업부 독립, 현장관리팀 신설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F&D) 강화해 세라믹연구소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공장장 출신의 상무급 임원을 세라믹연구소에 배치해 연구소의 격을 높이고 인원을 대거 충원한 것. 식기 이외에도 세라믹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산업용 소재에 대한 연구를 같이 진행,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인(人) 중심의 디자인경영도 강화할 계획이다. 도자기 디자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난 예술적 영감을 제품개발과 브랜드 전략에 반영해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행남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게 목표다. 올 하반기 중 출시할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와 함께 만드는 '디자이너스 컬렉션'은 이같은 전략의 첫 단추다.

카림 라시드는 인테리어ㆍ가구ㆍ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400여개 기업과 미래적인 제품을 디자인해온 세계 굴지의 산업디자이너다. 김 대표는 "카림 라시드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은 생활자기에 예술적 영감을 접목해 온 행남자기의 활동에 연장선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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