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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난립에 소비자 혼란 가중

단기간 성과내려 급조 상품 우후죽순… 은행원도 잘 몰라

한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상품 담당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잡혀 있는 회의 때문에 정작 자기업무를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본행 회의, 최근에는 국토해양부까지 전세자금대출 관련 회의가 부쩍 늘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관련 담당자가 달랑 2명뿐인데 회의 참석하느라, 신상품 개발하느라 여유시간 내기가 버겁다"고 토로했다.

전세난 심화로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에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난립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전세대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정작 은행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들도 부지기수다. 일단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보자는 '땜질식' 금융정책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은행당 6~8개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담보가치 낮은 전세대출 상품 특성상 주택금융공사ㆍ서울보증보험 등에서 보증서를 끊어주는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일부 은행은 보증서가 필요 없는 자체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10월에는 '목돈안드는전세2'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상품종류는 더욱 늘어난다.

문제는 구조는 엇비슷하지만 세부내역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 상품들이 단독 상품으로 난립하면서 소비자 혼란은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취급하고 있는 장기전세대출 상품과 임차자금전세대출 상품의 경우 대상 고객(부양가족 있는 세대주), 취급시기(입주 전ㆍ후 3개월 이내)는 물론이고 보증한도(주택금융공사 90%), 대출한도(최고 2억여원)마저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대상물건이 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인지, 임대주택인지 여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엇비슷한 전세대출 상품들이 난립하는 것은 상품자체가 급조된 탓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토부ㆍ기획재정부ㆍ금융위 등 각기 다른 정부부처들이 전세난 해결에 나서고 있는데 아무래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다보니 금융 상품이 급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매잔액이 1억원에 불과한 상품도 제법 된다. 전세대출도 결국 대출한도가 높은 부동산대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있으나마 한 상품인 셈이다. 가깝게는 최근 나온 '목돈안드는전세대출'의 경우 출시 2주 동안 판매실적이 8건에 불과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들이 많은데 소비자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품군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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