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희망자는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도 쓸 만한 인재는 없는 기이한 인재수급 구조.’ 바로 우리가 안고 있는 미스매칭(Miss Maching) 인력공급시스템의 현실이다. 조기퇴직자들이 줄을 잇고 있고 재직자의 자기계발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데도 이를 수용할 평생교육시스템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곪아 터지는 미스매칭 인력수급 구조=지난해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은 81.3%로 일본(49.1%), 미국(63.3%)을 훨씬 추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청년실업률은 8.5%로 전체 실업률 3.7%의 2.3배에 달한다. 너도나도 학벌을 따려고 대학에 가지만 졸업 후 제조업 현장은 외면하는 것. 중기-대기업이 주는 월급의 차이가 큰 점도 원인이랄 수 있지만 그보다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고교 평준화 폐지 주장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일찍부터 적성에 따라 방향을 정해주고 소득배분 구조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미스매칭은 대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S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을 뽑으면 등록금의 3~5배를 들여 2년은 가르쳐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대학이 4년 동안이나 가르치지만 쓸 만한 능력이나 자질을 갖춘 학생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경력직 채용비중이 지난 97년 말 40.7%에서 지난해 말에는 81.8%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연구개발(R&D) 지원체제도 절뚝거리고 있다. 교수들은 논문 한편이라도 더 쓰는 게 평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R&D 산학협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대학의 평생교육 역할은 초보단계=1인당 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는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ㆍ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대학ㆍ전문대학 재학생 중 25세 이상이 절반 가까이 된다. 필요한 능력을 얻기 위한 직장인, 전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실업자들이 엄청 많은 구조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역할을 포기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돼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노동의 유연성이 강화되면서 평생학습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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