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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에너지시장 새활로를 찾아라] <3> 대안 없이 'No' 할수 있나

원전은 화석-신재생 잇는 가교… 폐로·증설 사회대타협 나서야




온실가스 감축 규제로 석탄·LNG 줄이려면

현재로선 원전이 대안

원전 증설 반대하면서 전기료 인상 안된다는

모순된 인식이 걸림돌

정부·정치권 힘합쳐 국민 공감대 이끌어야


원자력발전소는 징검다리 에너지(bridge energy)로 불린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으로 대체되기까지 원전이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풍부한 원료에 경제성도 높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이런 이유로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 시대에 현실적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성물질 누출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에는 고리원전 1호기의 폐로가 정식 절차가 아닌 여론에 떠밀려 결정되기도 했다. 원전의 효용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안전에 대한 신뢰 확보 없이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원전 증설에 반대하면서도 전기료 인상은 안 된다는 모순된 인식이 걸림돌"이라며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문희 원자력학회장은 "신재생에너지의 들쑥날쑥한 전력수급을 고려할 때 우리의 주력 전력원이 될 수는 없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폐로할 원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폐로하고 꼭 필요한 원전은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와 조정을 거쳐 건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2020, 원전·신재생밖에 없는 한국에는 '외통수'=우리 에너지 안보 현실은 갑갑하다.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온실가스감축 국제 규범인 포스트2020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보다 37% 줄여야 한다. 동시에 연간 2% 안팎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설비는 더 지어야 하는 처지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39%)은 발전에서 나온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 1㎾h를 생산하는 데 무려 991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을 대폭 줄여야 하는 셈이다. 셰일가스가 넘쳐나는 미국·캐나다처럼 온실가스를 석탄보다 덜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549g/㎾h)로 대체하기 어렵다. 도입가격이 높아 전력 단가가 석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서다. 결국 대안은 1㎾h를 생산하는 데 10~50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신재생에너지 또는 원전(10g/㎾h)밖에 없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당장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원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원전 정책의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직접 원전 후보지를 신청, 선정됐던 삼척은 주민투표를 통해 후보지 철회를 주장하고 한편에서는 원전 폐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강 교수는 "원전 정책은 지역과 맞닿아 있어 이미 정치의 영역이 됐다"며 "갈등을 돌파할 해법도, 정부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대타협 통해 폐로·증설 전략으로 가야=2012년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를 보면 원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중적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원전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6%)이 부정적이라고 답했지만 응답자의 76.1%는 원전 폐지를 위해 전기료를 10% 이상 더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원자력연구재단의 설문도 다르지 않다. 국민 89.4%는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80.4%는 거주지역에 원전이 건설되는 데 반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공급 차원에서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그런 만큼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9년까지 원전 11기를 더 짓고 설계수명이 다한 기존 원전 11기의 폐로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폐로와 신규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원전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뜻이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전이 지역갈등으로 비화해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정치인들이 나서 사회적 타협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갈등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학회장은 "원전 정책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위험성만 잘 관리하면 원전은 우리 여건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에너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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