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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5-글로벌 강자를 꿈꾼다] <7> 아시아 인프라 금융시장서 먹거리 찾아야

亞, 인프라 개발에 8조弗 투자… 토종 금융사들엔 '기회의 땅'

그리스 여파로 유럽계銀 투자 주춤

국내 금융권에 틈새 공략 기회 열려 농협·국민·우리銀 등 시장 진출 박차

해외PF 심사 역량·네트워크 '걸음마'… 리스크 있어도 적극 참여 내공 쌓아야


LG상사·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지난해 4월 투르크메니스탄 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카스피해 연안 키얀리 지역에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만도 30억달러에 이르는 대형사업이다.

'키얀리 프로젝트' 수주의 숨은 공신은 국내 금융회사들이었다. 무역보험공사가 11억달러의 채무보증(보험)을 지원했고 수출입은행이 직접대출(5억달러)·채무보증(2억달러)을 합쳐 총 7억달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제공했다. 수은과 무보가 제공한 전체 보증분 13억달러의 절반 이상인 7억달러를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외환·하나 등 국내 시중은행이 부담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금융지원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시아 인프라 금융 시장이 국내 금융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에서 인프라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그리스 사태 등의 여파로 유럽계 대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손실위험이 큰 인프라 금융공급을 축소해 국내 금융권에 '틈새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총 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 발주국가들의 재정 여력은 충분치 않다. 따라서 발주처가 투자비용을 전액 책임지는 단순도급 사업보다 입찰 기업들이 자금조달까지 제시하는 투자개발형·시공자금융주선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과 정책금융을 아우르는 복합금융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앉으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시급해진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책금융 방식으로 아시아 인프라 금융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무보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국가신용등급이 비슷한 중동 일부 국가를 제외한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한국에 비해 자금조달 금리가 높고 인프라 개발 재원을 충당할 재정 여력도 부족하다"며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략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민간금융사들 역시 아시아 인프라 금융 시장을 새로운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해외 PF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인도네시아 동기-세노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5,000만달러 규모로 참여했고 인도 롱텀에볼루션(LTE) 구축사업에 2,000만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PF 투자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해외 PF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금융부 내 국제금융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000030)은 최근 IB사업단 투자금융부 내 해외 PF 관련 전담팀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해외 PF 역량 강화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민간 금융사들의 해외 PF 역량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민간금융사의 경우 통상 10~15년가량 소요되는 장기대출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는 외적 역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만기는 3~5년에 불과하다. 달러물 회사채 10년물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해외 PF 대출과 만기 구조를 맞출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직 해외 시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해 해외 PF 심사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네트워크도 미비해 국내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 끌어주지 않는 이상 PF 금융에 참여할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PF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 인프라 금융 시장의 발주처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라 손실 위험이 큰 게 사실이지만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종 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미국 사빈패스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PF 금융을 제공하는 등 해외 PF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바라보고는 있다"며 "장기간의 시련과 성공 속에서 글로벌 대형은행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해외 PF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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