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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誤診에 경제정책 역효과

정책리더 단편적 접근·자기주장만 내세워<br>소외계층 배려·中企지원책등 결과는 거꾸로

계속된 誤診에 경제정책 역효과 정책리더 단편적 접근·자기주장만 내세워소외계층 배려·中企지원책등 결과는 거꾸로 기업들의 경기체감도를 보여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7월 이후 '90.3→91.4→109.6→110.3'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 무렵 정부 통계도 '희망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치는 11월 102.8로 가라앉았고 이어 12월에는 98.7까지 미끄러졌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등이 기업들의 의욕을 그렇게 빠르게 냉각시킬 줄 몰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떠올렸다. 기업들이 이라크전쟁 등 외생 변수에 무척이나 피로해 있었고 정치권발(發) 충격에 너무나 손쉽게 무너졌다. 외부의 충격 때문에 경제가 균형에서 일단 벗어나면 외부 요인이 사라져도 쉽사리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이력(履歷) 효과(hysteresis)'가 나타난 셈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위기론은 대기업들에 성장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기운을 타고 분출된 사회적 갈등은 리더십 부재 속에서 이른바 '기업가 정신'을 갉아먹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설파한 '개발연대식 성장론'은 분배론자들이 펼쳐놓은 덫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60~70년대 미국 경제가 당면했던 것처럼 기존 질서나 관행을 부정하는 현상들이 몰려오면서 경제주체들이 갈등과 불안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경제 전반의 이 같은 혼돈은 기업들의 투자 행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중 제조업의 생산능력 증가율이 5.2%로 생산 증가율 14.1%에 크게 못 미쳤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필요성을 반영하는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지수(생산 증가율-생산능력 증가율)도 8.9%포인트로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중견 D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당연히 신규 설비를 늘려야 할 타이밍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데 누가 나서겠는냐"고 말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기초체력 때문에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다. 가계 부문은 여전히 '오진(誤診)'조차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부총리가 언급한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그나마 현상에 근접한 진단으로 해석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정부의 접근방식은 금새 한계를 드러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현 정부 들어 정부가 펼쳐온 정책은 거꾸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외계층을 위한 각종 배려정책을 펼쳐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과 갖고 있지 않은 사람간 불균형을 확대하는 결과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경제를 단편적으로 보고 자기 주장만 관철하려는 사람(관료)들이 있다"(A연구소 선임 연구위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초기단계지만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 90년대 말 개도국에서 나타난 자본이탈(capital flight)의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자동차 내수의 경우 상위 3% 내의 계층이 이용한다는 고급 승용차 판매는 추락하는데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는 한국인들이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분배정책이 가져온 '부(富)'에 대한 편견이 낳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종합대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 샌드위치 형국에 처한 중소기업의 회생을 금융권이 대부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에 몰두했다. 정부는 금융 부문이 아직도 후진적인 '떼거리 주의(herd effect)'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만 되뇌고 있을 뿐이다. 실물과 금융 부문의 '복합 불황' 가능성은 고조되고 '유동성의 함정'(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은 심화하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개방 때문에 경쟁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호정책으로 끌고가는 게 맞는건지 선택의 갈등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진단의 오류는 '진단의 이원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을 결정하는 청와대와 재경부가 바라보는 위기의식과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고위 정책 담당자는 "정부 내 서로 다른 세력이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다"고 꼬집었다. 관변 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위원은 "그 원인을 일관되게 찾아야 하는데 합일점도 없고 대립의 뿌리도 워낙 깊어 정치적으로 끌어안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동산 정책은 현 정부가 뇌관을 잘못 건드린 대표적 예"라고 지적했다. 경제주체들이 말하는 막연한 불확실성과 혼돈, 이에 대한 근원적 진단을 하지 않는 한 재정ㆍ세제ㆍ통화 등 모든 정책의 효과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7-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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