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증시가 무섭다" '막강 펀드' 경영간섭에 상장 유지비용도 급증올들어 자사주취득·배당금등 17조원 넘어서내년 집단소송까지 위협…상장폐지 속출우려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관련기사 "돈줄이라지만 경영권 위협만…" 볼멘소리 ‘장하성펀드’와 태광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한 지난 14일 상장사인 S건설에 비상이 걸렸다. 평소 적으면 하루에 1만주, 많아야 10만주를 겨우 넘기던 주식 거래량이 이날 오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무려 35만주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즉각 장하성펀드의 지분매집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IR팀과 홍보팀은 온갖 정보망을 동원해 진상을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 격이다. 최근 증시환경이 급변하면서 상장사들이 떨고 있다. 기세등등해진 펀드의 경영간섭에다 상장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가뜩이나 숨통이 눌린 기업들이 내년부터는 집단소송제의 위협에까지 노출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날로 더해지는 시장의 압력을 감당하지 못해 자진 상장 폐지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5% 남짓한 지분으로 투자기업 경영에 강도 높게 개입하는 펀드세력의 부상은 이미 기업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펀드자본주의’의 대표주자인 장하성펀드는 21일 네번째 투자기업인 동원개발과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했다고 밝혀 또 한번 힘을 과시했다. 이로써 장하성펀드는 대한화섬ㆍ화성산업ㆍ크라운제과ㆍ동원개발 등 투자기업 모두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S건설 같은 중견기업들이 주식 거래량만 늘어도 불안해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칼 아이칸을 비롯한 적대적인 외국계 투자세력도 수시로 시장에 출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증시가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것은 사실상 옛말이 됐다. 올 들어 증시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빨아들이는 돈은 1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사들이 자사주 취득에 들인 자금이 이미 7조원을 웃돌고 있는데다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부담 때문에 신규 상장도 줄어들고 시중금리도 높지 않아 벌써 몇년째 증시를 통해 기업이 조달하는 자금보다 상장 유지를 위해 시장에 쏟아 붓는 자금이 훨씬 많은 ‘자금역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의 혈맥이 돼야 하는 증시가 오히려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면서 경제가 ‘순환기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며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증시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12/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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