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시절 현 부총리는 경제민주화보다 경제선진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성장론자였다"면서 "그런 그마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에 부화뇌동하고 있으니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현 부총리의 발언은 변덕스러웠다. 16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그는 "경제민주화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것이지 기업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투자확대에 나서달라며 재계를 달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요즘 현 부총리의 발언은 정치권의 목소리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급기야 현 부총리는 20일 폐막한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민주화 이슈가 지금 나온 것이라면 모르지만 이제 기업이 적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경영계획을 잘못 세운 것"이라고 기업에 채찍을 가했다.
이런 현 부총리의 말 뒤집기를 재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5단체장 간담회를 할 때 기업의 중요성과 현실을 알고 최소한의 방어막이 돼줄 것으로 알았다"며 "대통령의 발언도 있고 경제 수장이 부총리인 만큼 기대가 컸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도대체 현 부총리의 진위를 모르겠다"며 "정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부총리가 기업을 파트너로 하는 것인지, 그냥 정치권의 시각에서 보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여권 핵심부에서도 현 부총리의 G20 발언을 말실수로 치부하고 있다. 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총리가 이슈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민주화 부문에 대한 재계의 우려 등을 덜기 위해 나온 것이고 기조에 변함이 없다"며 "부총리가 그걸 흔들어버리니"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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