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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자 원화차입 아직 미미

올초 전면허용이후 실물거래용 3건 306억원 그쳐<br>정부 "활성화땐 과잉달러 해소 외환시장 안정"<br>일부선 '검은머리'외국인 전유물 전락 우려도


외국인 등 비거주자의 원화 차입이 전면 허용된 후 처음으로 지난 4월 파나마 선박회사 등 외국 기업 3곳이 300억원의 원화를 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주식투자 등 금융거래보다 실물거래 투자를 위해 원화를 차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비거주자가 국내 금융기관에서 10억원 이상의 원화를 차입할 때 한은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준 뒤 3월 말과 4월 초 총 3건, 306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대출자는 파나마 선박회사와 카자흐스탄 건설회사로서 각각 선박 구입과 건설자금 용도로 원화를 빌려갔으며 독일의 모 자산운용펀드회사도 국내에 있는 모기업의 부동산 취득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차입했다. 정병재 한은 외환심사팀장은 “이들 기업은 모두 국내에 모기업을 두고 있는 비거주자로 달러를 바로 빌릴 수 있는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한도)이 일시적으로 소진돼 원화를 차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빌린 원화를 다시 달러로 바꿀 경우 환전수수료가 발생하지만 달러를 바로 빌릴 수 없는 처지여서 대체용으로 원화를 빌려간 것이다. 정부는 외환거래 규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비거주자의 원화차입 규제를 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원화를 직접 차입, 주식을 매수할 경우 달러 공급 요인이 줄어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나아가 ‘원화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도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은 금리나 환차익을 노린 금융거래보다 실거래 용도로 원화 대출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원화차입이 허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액과 건수는 아직 미미하지만 그동안 외국인투자가들이 달러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해오던 일방적인 패턴은 서서히 바뀌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원화차입이 활성화돼 달러 과잉공급에 따른 외환시장의 부담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비거주자의 원화차입이 국내에 모기업을 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부족한 원화 메우기용으로 전락, 자칫 재무 불건전 기업의 차입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들 비거주자는) 자금여력의 한계가 생겨 일시적으로 원화를 빌려 썼지만 은행에서 재무불건전 여부를 따져 대출해주고 있어 부실화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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