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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 연재소설] 화려한 승부<187>
입력2002-04-14 00:00:00
수정
2002.04.14 00:00:00
[정현웅 연재소설] 화려한 승부"눈이 계속 쌓이는데 치우면 뭐해요? 다음에 다 쌓인 다음에 치워요, 스님."
나하영이 두 승려에게 말했다.
"모두 쌓이면 치우기 힘들어요."
"우리도 도와드릴까요?"
"괜찮아요."
혜안스님이 말했다. 그러나 나하영과 임학수는 요사채의 뒤쪽에 있는 광에 가서 빗자루를 들고 와서 승려들과 함께 눈을 쓸었다.
눈은 쓸어내도 단번에 쌓였다. 한동안 눈을 치우다가 나하영은 그녀가 항상 골프 연습을 했던 골짜기로 갔다.
임학수가 그녀의 뒤를 따라 갔다. 눈이 무릎까지 빠졌다. 두 사람은 골짜기 언덕 위에 서서 온통 눈이 덮여 있는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연습을 했어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연습을 하지요?"
"평상심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평상심. 매우 중요한 일이지요."
임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를 했지만, 아직도 그 실체를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나하영은 나무 아래로 가서 발로 찼다.
나뭇가지에 수북이 얹혀있는 눈이 떨어졌다. 조금 떨어진 언덕에서 임학수가 팔짱을 끼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하영이 눈을 뭉쳐 임학수에게 던졌다. 임학수가 맞지 않으려고 몸을 피했다. 두 번째 눈을 뭉쳐 던졌을 때 임학수의 목덜미에 맞았다. 임학수가 눈을 뭉쳐 나하영에게 뛰어갔다.
"어머, 왜 그래요?"
놀란 목소리로 나하영이 소리치며 도망을 갔다. 임학수가 따라가서 뭉친 눈을 나하영의 목덜미에 쑤셔 넣었다.
"아이, 차가워. 싫어요. 그냥 던지지 쫓아와서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순 악질이네."
두 사람은 한동안의 눈싸움을 하며 친해졌다. 임학수는 갑자기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부터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간절하고 절실한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임학수는 눈 위에 주저앉아 자신의 감정을 삭였다.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눈 위에 주저앉아 있자 나하영이 다가와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디 다쳤어요?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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