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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 늘리는 길

한 국가의 향후 성장가능성을 가늠하는 객관적인 잣대로 외국인투자의 유입정도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투자기업은 그 나라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냉정하게 따져 유망하다는 판단이 서야만 행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기업의 시각과 그 결과물인 외국인투자 추이는 크게 우려할 만하다. 지난해 4ㆍ4분기중 전년동기 대비 무려 63.7% 감소했던 외국인투자는 올 1분기에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인 11억800만달러를 기록하며 48.4%가 줄어들었다. 이런 감소추세는 2분기중에도 이어져 다시 41.1%가 감소, 15억5,300만달러를 나타냈다. 2001년 4ㆍ4분기 이래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아무리 세계경기 침체로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다국적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집중하면서 해외투자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지만 사정이 이쯤 되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은 외국인 투자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외국기업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감안할 때 외국인투자의 급격한 감소세는 현재는 물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외국인투자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2001년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투자는 98년부터 2년간의 외환보유고 증가분의 27%, 97~99년 제조업 증가분의 44%를 기여했다. 또 97~99년중 제조업은 전체적으로 18만9,000명이 감소한 반면, 외투기업은 5만1천명 증가했으며, 조사기업 중 69%가 R&D 활동을 수행했다. 특히 99년중 수출 213억달러, 수입 165억달러로 4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이렇듯 우리 경제에 `보약`노릇을 하는 외국인투자지만, 우리는 과거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 뮌헨 부근에 문을 연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경기도 이천에 건설될 수도 있었다. 세계 최대의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 역시 2020년까지 28억달러를 투자할 후보지로 중국ㆍ말레이지아와 함께 한국을 꼽고 지난 96년 우리 정부와 교섭을 시작했지만 최종 안착지는 말레이지아였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향후 5년이 국가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기간이란 점에서 외국인투자가 갖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건 `동북아 경제중심`이 활발한 외국인투자 유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때만이 동북아 지역의 물류ㆍITㆍ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아니 국민 모두가 원하는 선진국 진입 역시 `동북아 경제 중심`을 통해 달성되어야 하고, 이는 곧 `제도가 편하고 국토는 아름다우며 인간은 자유로운 곳`으로, 외국기업이 마음 놓고 이 땅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란 목표 역시 나와 남을 가리고 차별하지 않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정신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외국인투자 유치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단기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외국인, 외국기업이 제 발로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국민의식과 사회시스템을 개방하고, 노사 협력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 연구개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종 제도를 선진화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외국인이 생활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도 힘써야 한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물류 중심지의 우선적 추진을 통해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거점을 찾는 다국적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빈례(賓禮)`를 다섯가지 예의 중 하나로 규정해 손님응대에 철저를 기했고, 이런 정신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의 디 벨트, 폴란드 레츠포스폴리타 등 외국 언론들은 한국의 손님접대 정신을 극찬하기도 했다. 세계시장이 침체되는 와중에도 중국만이 예외적으로 해외투자를 몰아간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 스스로 투자환경을 차근차근 정비해 나간다면 중국보다 더욱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이 될 수 있다는 프랑스 파리대 기 소르망 교수의 얘기도 듣기 좋은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과 `2010년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란 목표도 확고한 만큼,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 외국기업의 입장에서 유치환경을 꼼꼼히 점검하고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영수(한국무역협회 전무, 경영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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