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22일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176일 만에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이어서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출근 재개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이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어 이 회장이 출근을 재개하면서 어떤 '경영 화두'를 던질지 삼성 안팎에서 관심이 크다.
지난 18일 미국 하와이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이 회장은 이날 오전8시께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으로 출근해 42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으로부터 경영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최 부회장 등 경영진으로부터 최근 발생한 삼성SDS 데이터센터 화재 복구 상황을 비롯해 삼성전자 1·4분기 실적과 전략스마트폰인 갤럭시S5 판매 상황,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등 그룹 사업구조 재편 현황, 마하경영 추진 성과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6개월 만에 출근경영을 재개하면서 그룹 내 긴장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지만 사업장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다 지난 1·4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위기론이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은 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 오찬에는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부회장(DS 부문)과 윤부근 사장(CE 부문), 신종균 사장(IM 부문),김기남 사장(메모리사업부)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8조4,000억원의 실적을 올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여전한데다 새로운 캐시카우가 뚜렷하지 않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이 회장의 이날 오찬 발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기의식을 거듭 강조하며 '마하경영'으로 대변되는 혁신과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찬을 마치고 나온 사장단의 표정이 그래서 그런지 다소 어두워 보였다.
이 회장은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사업구조 재편 작업 등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에 이어 건설·금융 분야의 구조 재편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분간 화요일 출근을 이어가면서 다음달 30일 열리는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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