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과태료 수입을 과도하게 잡아놓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올해 과태료수입을 실제보다 거의 70% 더 부풀려 잡았다가 실적이 미달한데다 내년도 수입도 기존 년도 실적보다 30%가량 높여 잡아 여야로부터 집중 질타를 당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과태료 수입은 5,000억원을 갓 넘길 것으로 보여 당초 2013년도 예산상 목표치인 약 8,400억원에 크게 미달했다.
기재부는 이미 지난 2012년도에도 과태료 수입을 실제보다 부풀려 편성했다가 실적치가 4,799억원에 그쳐 예산상 목표치(7,951억원)에 구멍을 냈는데 올해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더구나 기재부는 과태료 징수실적이 미진한 주요 부처 등에 과태료 목표치를 크게 올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과태료 수입을 올해 목표치보다 약 2,000억원 깎아 6,400억여원대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품 논란을 사고 있다. 비록 기존 목표치보다 크게 낮추기는 했지만 올해 불과 5,000억원대에 턱걸이할 실적치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높여 잡은 탓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국내 자동차 대수가 늘고 있어 자연스럽게 교통위반 등의 과태료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기존의 체납액 징수율을 높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체납 과태료가 1조원대에 달한다"며 "이중 10~20%만 거둬들여도 1,000억~2,000억원은 더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내년에 과태료 딱지를 올해보다 더 많이 발급하겠다는 게 아니라 못 거둔 과태료를 추적 징수해 정부의 재정을 메우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체납액이라고 하더라도 징수 강도가 세지면 서민 등에게 불가피한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정부가 체납된 세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당하고 바람직한 행정이지만 특히 교통 등의 과태료처분에 민감한 계층을 보면 트럭 운전수, 오토바이택배 기사, 노점상과 같은 서민들이므로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체납세액을 강도 높게 징수하다 보면 체납자의 신용상 제재가 가해져 경제활동상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책 당국 일각에서는 체납의 규모가 크거나 상습적인 이들에 대해서는 신용정보상의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과태료 수익 확충에 대한 의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재정수입 형편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당장 국세수입만 봐도 2008년 16조원에 약간 못 미쳤던 체납액이2011년에는 18조원대를 넘었다. 세정 당국이 체납세액을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침체 등의 거시경제적 여건까지 맞물리면서 세수를 걷는 데 악영향을 받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세수발굴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경제 자체가 본격적으로 회복해 성장하지 못한다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태료나 체납세액을 거둬 세수를 확충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경제활동에 일부 악영향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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