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코스피지수가 강한 상승세를 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갖가지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증시 활황으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국내 총생산 규모를 훌쩍 넘어섰고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 공모 금액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산관리 열풍이 불면서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가 1년새 70% 가까이 늘었다.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연초까지만 해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증시가 강한 랠리를 보이며 코스피지수가 37개월만에 2,000 고지를 다시 밟았다. 지수가 2,000선을 탈환한 것은 지난 2009년 11월7일 이후 37개월만이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올해 증시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중국의 긴축 우려 등 악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높아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온갖 악재들을 극복하고 지난 14일 코스피지수가 2,009.05를 기록하면서 마침내 2,000 고지에 올랐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2,000 고지에 안착하면서 24일 현재 2,029.6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1,682.77)에 비해 20.61%의 상승률이다. 이번 2,000선 돌파의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24일까지 21조3,161억원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올들어 외국인들은 2월(-96억원)과 5월(-6조2,680), 8월(-5,606억원) 3개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주식을 사들였다. 업종별로는 상반기에는 자동차와 화학 등을 사들인 뒤 하반기 들어서는 전기전자(IT)와 금융으로 갈아타면서 상승 저변을 확대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올들어 20% 이상 오른 것은 기업 실적 향상이란 토대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란 양분이 더해진 덕분”이라며 “50~60조원 수준이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9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실적이 개선되자 외국인들이 연일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 고지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기금(8조9,624억원)과 증권(7,880억원), 보험(3,844억원)의 매수세도 국내외 악재를 뚫고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데 한 몫 했다. 이처럼 증시가 강한 랠리를 보이면서 증시의 덩치도 부쩍 커졌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24일 현재 1,129조4,070억원으로 국제통화기금이 예상한 올해 명목 국내 총생산(GDP) 규모(1,104조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지난해 말(887조3,160억원)보다 무려 27%나 늘어난 것이다.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IPO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올해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만도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되면서 올해 IPO를 통한 주식 공모 10조908억원으로 지난해(3조3,829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종전 사상 최대치인 1999년의 3조8,422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올해 증시에 새로 입성한 기업수도 96개로 지난해(66개사)보다 30개 이상 늘었다.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한해 90여개 기업이 상장폐지 되기도 했지만 증시 전반적으로는 대형 우량 종목들이 속속 입성하면서 증시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자산관리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올해 증시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눈길은 자산관리 분야로 향했고, 이는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말까지의 전체 랩어카운트 잔액만도 33조5,636억원으로 지난해 말(19조9,703억원)에 비해 68% 급증했다. 특히 이 중 자문형 랩 어카운트의 잔액 규모는 3조3,348억원으로 지난 4월 1조원선 돌파 이후 6월 2조2,752억원, 9월 3조1,118억원 등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