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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기 맞은 증권] ⑥증권유관 기관들도 '변신 중'

"증권사 생활 20여년에 임원이 됐지만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가 업무협의를 위해 사무실을 찾아온 것은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일이 있으면 증권사 관계자들을 불렀지 찾아온 적은 없었거든요" 대형 증권사의 임원 H씨가 최근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비단 H씨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빅뱅'을 앞둔 증권시장과 더불어 '보수'와 '권위주의'로 상징되던 증권유관기관들에도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 연이은 신상품..변신하는 거래소 = 증권선물거래소는 3일이면 창립 반세기가 되지만 적어도 새로운 상품의 측면에서 보자면 지난 1년간의 변화가 이전 49년에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49년간 '자본주의의 꽃'이자 '투자백화점'인 거래소에서 상품 측면의 구조적 변화는 코스피200선물과 옵션의 정착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통합거래소로 출범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아우른 지난 1년간통합지수인 KRX100을 비롯, 코스닥을 대표하는 '스타지수선물', 유명무실한 개별종목옵션을 사실상 대체하는 상품으로 자리잡은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더구나 이는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거래소측의 설명이다. '연내 1호'를 목표로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권 기업의 상장은 물론, 아예 외국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교차거래' 논의도 도쿄, 싱가포르거래소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시장의 변화 움직임은 '증권거래'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선물 등 유가증권관련 파생상품과 국채선물, 미국 달러화 선물과 금선물 정도였지만 거래소측은 상품선물 영역의 개척에 적극 나서 2007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선물, 돈지육(돼지고기) 선물을 상장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에 불과하던 외환선물도 유로화와 엔화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 '블루오션' 찾아나선 기관들 = 유가증권의 예탁서비스라는 무풍지대에 안주하던 증권예탁결제원은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예탁결제원의 중점 공략 대상은 높은 성장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증권시장 인프라가 취약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예탁결제원은 이미 지난해 6월 태국에서 증권 대차거래 및 환매조건부 채권 거래시스템 구축 유료 컨설팅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8월에는 인도네시아 자본시장감독국과 양해각서를 맺고 시스템 컨설팅 사업수주를 노리고 있다. 아시아 채권시장 형성논의가 전개중인 상황에서 '한국식 금융인프라'가 이 지역에 깔린다는 것은 단순한 수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증권사를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의 진출을 한층 용이하게 해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착수 7개월만인 작년 말 현재 105억달러의 거래잔액을 기록한 미국 국채의대차거래 중개사업도 성장 가능성있는 수익원으로 꼽힌다. 예탁결제원측은 "외화증권투자 활성화로 외화증권 대여규모가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며 미국측 대여중개기관을 추가로 선임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증권시장의 전산관리와 시장정보 제공을 주업으로 하던 코스콤도 2003년 전자금융거래의 기본인 공인인증서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퇴직연금 전산시스템 사업의 마케팅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형 금융기관은 자체 투자부담이 큰 만큼, 연금의 운용과 기록관리 시스템을코스콤이 마련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수입을 얻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증권금융은 고객예탁금의 운용이나 상장주식 담보대출만으로는 수익원 창출에한계가 있다고 보고 개인고객과의 접점확대를 통한 수익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비상장주 및 스톡옵션 담보대출사업을 시작했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증권사들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장주식 담보대출과 차별화된 '블루오션'형 상품"이라며 "담보관리가 안정적이고 호응이 좋아 담보대상 종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금융은 아울러 증권사들에도 소액결제가 허용됨에 따라 증권업계를 대표해금융결제망에 참가함으로써 증권시장의 인프라로서의 기능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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