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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조작' 내몰리는 中企

수익 좋아도… "대기업·거래은행 눈치가 보여"


연매출 수천억원대의 부품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요즘 2ㆍ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해외수출이 급증한 덕분에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곧이곧대로 실적을 발표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실적이 부진해 주가관리 차원에서도 좋은 실적을 공표해야 하지만 자칫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릴까 걱정이 태산이다. A 사장은 "다음달 중순이면 2ㆍ4분기 실적공시를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대기업 눈치를 봐야 한다"며 "대기업이 발표하는 이익규모와 보조를 맞추지 않았다가는 이래저래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ㆍ4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 영업실적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래 대기업이나 은행과의 특수관계 등을 의식해 원만한 수준에서 실적을 내놓아야 편안하게 기업을 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올해의 경우 전자 및 자동차 관련업체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대기업 실적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 부품사들은 단가인하 압력을 피하기 위해 사업 부문별로 영업이익률을 낮게 잡거나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품업체 사장은 "회사가 해외시장 진출 등에 힘입어 이익이 크게 늘어났던 적이 있었다"며 "눈치 없이 그대로 실적공시를 했다가 대기업에 호출돼 단가인하 압력을 세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실적이 신통치 않았던 거래 대기업은 "협력업체만 이익을 보는 게 말이 되냐"며 압력을 넣어 결국 납품원가를 10%나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 업체는 그 후부터 대기업 실적공시에 맞춰 회사의 이익규모를 적절히 조절해 공시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버렸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뿐 아니라 주거래은행의 눈치를 보느라 실적관리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만약 실적이 좋다고 공시하면 주거래은행 담당자들이 회사로 찾아와 상품을 떠넘기는 등 부당한 거래를 요구한다는 것. 업체 관계자들은 은행 측에서 겉으로야 간곡하게 부탁하지만 주거래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놓고 거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기업들 사이에서 실적이 너무 좋게 나오면 대기업으로부터 '원가 후려치기'를 당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이 같은 화를 피하기 위해 영업이익으로 책정하지 않고 다른 항목으로 여기저기 쌓아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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