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만 한 크기의 원유 저장탱크와 우리나라 최초의 정유공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 기업의 생산기지 내에 위치한 기차역인 장생포역과 빽빽한 파이프라인의 숲을 지나자 새로 지은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울산시 남구 고사동의 SK종합화학 울산 콤플렉스 내에 위치한 '넥슬렌' 공장(사진)이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독자개발한 고부가 폴리에틸렌(고부가 필름·자동차 내장재 등의 재료)의 브랜드명이다.
지난 14일 찾은 넥슬렌 공장은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앞두고 분주한 분위기다. 이 공장에서 만난 김길래 SK종합화학 넥슬렌 생산팀장은 "지난달부터 일반 폴리에틸렌 제품의 생산을 시작했으며 다음달부터는 넥슬렌을 본격 생산할 것"이라며 "연간 23만톤 규모로 생산해 연 4,000억~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연 30만톤까지 생산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총 생산량의 70%가량은 수출된다. 이를 위해 이미 글로벌 업체들과 공급계약이 체결됐다는 게 SK종합화학 측의 설명이다.
이 공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다우케미칼과 엑손모빌·미쓰이 등이 독점생산해온 고부가 폴리에틸렌을 국내 독자기술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시세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고부가 폴리에틸렌은 범용제품에 비해 20배가량 비싼 가격에 팔린다.
또 이 공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사빅' 경영진과 직접 만나 협력을 이끌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넥슬렌 공장의 가동상황을 총지휘·점검하는 조정실에는 모하메드 알메이디 사빅 부회장이 5월 남기고 간 친필 메시지가 액자에 담겨 있다. 총 6,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SK종합화학과 사빅은 내년 초까지 싱가포르에 50대50의 지분비율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3~5년 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을 건설하는 등 연산 100만톤 규모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넥슬렌처럼 세계적인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 화학제품·신소재 사업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꾸준한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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