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최근 나흘 연속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나섰지만 소수 대형주에만 매기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외국인의 본격적인 귀환을 장담할 수 없지만 외국인에 의한 수급 개선이 기대되는 시점"이라며 "외국인 복귀를 염두에 두고 경기 민감 대형주나 외국인 매매 비중이 최근 확대되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91포인트(0.30%) 오른 1,970.77포인트로 마감하며 지난 1월22일 이후 한 달여 만에 1,970선을 회복했다. 전날(현지시각) 뉴욕 증시가 경제 지표 부진 탓에 하락 마감한 가운데 코스피도 하락 출발했지만 장중 외국인의 매수 확대에 힘입어 상승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4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외국인의 러브콜은 시장 전체가 아닌 소수 종목에만 쏠려 있다.
나흘간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이 6,011억원어치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417억원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데 쓰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NAVER와 SK하이닉스 주식도 각각 2,241억원, 1,145억원 사들였다. 3개 종목에 나흘간 쏟아부은 돈만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보다 많은 6,800억원. 결국 다른 종목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이들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기조적인 매수세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 외국인 귀환을 염두한 종목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한국 등 신흥국 주식을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흥국 경기전망"이라며 "신흥국 경기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가 중국인 만큼 주류 외국인은 3월 중국 '양회(兩會)'를 지켜본 후 신흥국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3월부터는 증시 중국 경기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걱정 때문에 V자형 상승보다는 완만한 상승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경기 민감 대형주의 비중을 천천히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유럽의 경제지표가 엇갈리고 미국의 경기 개선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향후 코스피는 소수 업종과 종목 중심의 슬림화 장세가 예상된다"며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보유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반도체·장비, 은행,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이 향후 국내 증시에 본격적으로 귀환하면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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