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의 마음이 정말 돌아선 것인가.
KB금융지주의 우리금융매각 예비입찰 참여 의지가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최근 '축복받는 인수합병(M&A)'을 들고나오면서 매각 참여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던 어 회장이 지난 13일 열린 임시 이사회 이후 사뭇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KB히든스타 500 정기세미나' 직후 '우리금융 입찰 참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복선이 깔렸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상당수가 정치적 부담과 부정적 여론 등을 이유로 우리금융 매각 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워낙 격론이 이어져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결론짓지 못한 채 ING생명 한국법인 입찰 가격 결정과 리스크 관리 규정 개정 등만 완료했다. 어 회장이 갈수록 자신과 다른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이사회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입찰 참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KB금융 이사회의 영향력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강하다는 게 정설이다.
여타 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이 이사회에서 상당한 입김을 발휘하지만 어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은 이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KB금융의 사외이사가 다른 금융회사들과 달리 정책 결정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매각 예비입찰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키는 사실상 이사회가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입찰에 참여하라면 이사회 설득 작업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금융노조의 반발에다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을 다음 정권으로 넘길 것을 제안하고 나선 후 KB금융의 M&A 의지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M&A에 우호적이었던 어 회장이라도 이런 현실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공식적으로 잡힌 이사회 일정은 우리금융 예비입찰 마감일인 27일이다.
KB금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입찰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전에 임시이사회를 개최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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