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 운영방향 수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책당국간에 경제인식 갭(gap)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경제를 보는 시각차는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간극이 커지면서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식차의 이면에는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그리고 한국은행의 미묘한 주도권 다툼이 내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설비투자 엇갈린 해석=산자부는 최근 ‘주요 경제현안 및 대책’에서 설비투자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1.1%로 둔화됐으며 규모 역시 지난 10년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공장 라인을 가동해 대응, 설비투자가 성장 잠재력 확충 및 내수 활성화에 장애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재경부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최근 보고서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 평균 1.1%에 그친 것은 과잉 투자가 마무리되고 효율성이 개선되는 등 투자가 정상화되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설비투자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요 골자다. ◇콜금리 인상 재경부-한은 대립=재경부나 한은 모두 지난주 콜금리 인상에 대해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금리운용에 대해서는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재경부는 금통위가 열릴 때쯤이면 금리에 대한 언급을 내놓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금리를 조절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한은은 이 같은 재경부의 언급에 대해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였었고 항상 경기뿐 아니라 물가ㆍ금융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며 ‘균형 유지’를 주장해왔다.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선제적 대응’으로 평하면서 ‘경제에 순응적인 통화정책 여지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염두에 둔 언급이다. 이에 비해 한은은 이성태 총재의 언급 등을 통해 하반기 추가적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물가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8일 정례브리핑에서 물가에 대해 ‘하향 안정추세 지속 유지’, 부동산 가격에 대해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안정세 유지’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리인상 이후 물가에 대해 ‘상승할 수 있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각차 엇박자 정책 초래 우려=수출과 관련, 한은ㆍ재경부 모두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산자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하락의 영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포기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경제에 대한 시각차에 따라 엇박자 경제정책이 우려되고 있다. 재경부ㆍ한은 등 거시경제팀은 현 시점이 경기확장 국면이며 하방 위험은 있으나 급강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실물경제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규정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자칫 한쪽의 입장만 보고 경제정책 운영계획을 수립하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도 고려, 객관적ㆍ합리적 바탕하에 경제운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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