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전달하는 경기와 금리 방향에 대한 진단이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럭비공식 진단'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 총재는 10일 간담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그는 "뿌린 돈을 헬리콥터로 싣고 나갈 수 없다. 문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며 출구전략의 실행 필요성을 언급한 뒤, "5% 성장에 비해 2% 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는 매달 (금리조정) 타이밍을 잡는 고민을 해나가겠다"며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스탠스는 불과 한 달 전 "저금리 기조가 가져다줄 이득이 손실보다 더 크다.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상당기간 인상 유보를 시사했던 것과 딴판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경기의 뚜렷한 호전을 규정할 만한 특이 요인이 없었음에도 발언의 궤적이 확 달라진 것이다. 이는 금리결정의 분석요인인 글로벌 경기 진단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인상 유보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방점을 찍었지만 이달에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두바이 사태가 일어나고 그리스와 스페인 등에서 연이어 문제 발생 조짐이 보이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데 오히려 낙관론으로 변한 셈이다. 사실 이런 발언 색깔의 변화는 올 하반기 들어 부쩍'변화무쌍'해졌다. 이 총재는 9월 "지금은 금융완화 강도가 상당히 강한 상태다. 통화정책의 판단과 집행은 한은 몫"이라며 인상을 강하게 시사해 시장을 화들짝 놀라게 했지만 불과 한달 뒤에는 "9월 표현이 바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뒤로 뺐다. 이어 11월에는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쓰며 꽤 오랫동안 금리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기는 지속적으로 호조세를 이어왔는데 총재의 모습은 매달 '매'와 '비둘기'로 변화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장기간 저금리 상황에서 이 총재가 긴장감을주려는 의도를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경기를 정확하게 반영하면서 발언의 일관성을 보여줘야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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