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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총재 내정자에 바란다] <하> 5인의 총재(?)를 포섭하라
입력2006-03-26 16:29:45
수정
2006.03.26 16:29:45
'무소불위' 금통위 역할 재정립해야<br>통화정책은 물론 韓銀 내부운영까지 전권행사<br>"조직 구조·임기등 개편해 총재 입지 확대 필요"
‘한국은행에는 6명의 총재가 있다.’
한은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면 흔히 푸념처럼 나오는 단골 메뉴이다. 다름 아닌 5명의 민간 금융통화위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004년 11월10일. 한은 집행부와 박승 총재의 강력한 콜금리 동결 요구에도 불구하고 금통위원의 표 대결 결과 3.50%의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동결을 예상했던 시장은 “예측 불허의 금통위에 당했다”며 원성을 쏟아냈으며 이성태 부총재만 콜금리 인하에 반대한다며 회의록에 남겼다.
‘금통위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한은 집행부가 금통위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한동안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결국 금통위 회의 시간과 방식을 바꾸게 됐다.
재정경제부는 외환위기 이후 한은을 견제하기 위해 한은법을 손질해 금통위의 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덕택에 통화신용정책뿐 아니라 한은 내부 운영에 관한 사항까지 금통위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한은법 제3절에 따르면 금통위는 한은 조직과 기구에 관한 사항부터 개별 직원들의 해외연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박승 총재가 취임 이후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던 경제교육센터와 외화자산 운용의 전문화 등 각종 현안들도 개별 금통위원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한은 내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성태 신임 총재 내정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신임 총재가 금통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내부혁신도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박승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2003년 한은법 개정에 심혈을 쏟은 것처럼 이 신임 내정자도 중장기적으로 금통위원과 한은 집행부간의 역할관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현재 금통위원의 추천제를 보완하는 한편 5명 모두 상근직으로 돼 있는 구조도 바꿔야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7인의 금통위원 가운데 한은 총재와 부총재만 당연직이고 나머지 5인은 추천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추천기관은 전국은행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ㆍ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 등이다.
그러나 추천기관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지난해 11월 콜금리 인하과정에서도 한국은행 추천 몫이었던 이덕훈 위원은 8월, 10월에 이어 인하를 주장한 반면 이성태 부총재는 소수론으로 동결을 주장, 상반된 의사가 표출되기도 했다. 현행 추천제가 금통위 결정이 국민경제 전체의 균형된 시각에서 도출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지만 실제 운영은 이와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금통위 임기를 늘리고 권한도 통화신용정책에만 국한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현재 금통위 임기는 4년(부총재는 3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 보니 관료중심의 한국적 현실에서 이런저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연준은 이사 임기가 14년이고 연준 의장과 부의장은 4년으로 짧게 운영 중이며 유럽중앙은행(ECB)도 8년, 일본도 5년으로 우리보다는 길다.
금통위원들이 일반 경영까지 세세히 간섭토록 만든 현 한은법은 총재와 금통위원간, 금통위원과 집행이사간 역할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통위원의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제한하던지 금통위원 임기 후 일정기간 동안 공직에 나가지 못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임 총재에게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줄 것만 당부할 것이 아니라 사심 없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펴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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