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라질 현지 조사기관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자업체 브랜드 인지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등은 일본의 소니도 아니고 브라질 토종 가전업체인 브라스템프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LG전자가 20.5%로 당당히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됐다.
정치권이 대기업을 수술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정작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묵묵히 국격을 높여가고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의 격은 정치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고 수출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며 "우리 기업들은 때로 해외 경쟁업체와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양한 글로벌 봉사활동을 통해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미국인들에 비친 한국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 등이 쑥쑥 성장하고 이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이 보는 요즘 한국의 모습은 과거와 정반대다.
현재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 비슷한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도 많아졌다. 이는 현대차가 미국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일본차를 제치는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시장의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인들은 삼성(SAMSUNG)을 자신들의 발음에 맞춰 '샘성'으로 해야 알아들었지만 이제는 한국식 발음인 '삼성'이라고 해도 이해하는 것이 한 예다.
또한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에게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산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의 우수성, 발 빠른 경영전략은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가 아닌 기업이 국격을 높인 사례가 비단 우리나라만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아커 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 기업들을 통해 경쟁력 있는 국가 브랜드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 경쟁력이 국가의 격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1ㆍ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은 기업이 국격을 높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독일 하면 '기술의 독일'로 인식되는데 이면에는 폭스바겐ㆍBMWㆍ바스프ㆍ지멘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국가 이미지와 겹쳐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