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경제 복합불황 덫에 걸리나] "재원마련대책부터 세워라"

증세보다 복지공약 연기·축소… 세수펑크 문제 풀어야

비과세·감면항목 폐지는 되레 소비심리 위축 불러


#. 한 대형 공공기관 간부 A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A씨가 속한 기관 관련 사업비들을 줄줄이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A씨는 "부처나 공공기관들의 사업비를 일단 대폭 깎아서 가용자금을 모아놓은 뒤 이를 경기부양용 재정지출이나 복지지출에 쓰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1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최근 빚어지고 있는 풍속도다. 경기부진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세수부족 문제를 시인했다. 다시 말해 "지난해처럼 (세금수입 결손 규모가) 10조원대까지는 안 가겠지만 올해 세수에 대해서도 다소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정 펑크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퍼즐을 맞추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최 후보자가 준비 중인 이른바 '경기부양 패키지'의 한 축을 재정 확대정책(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내년도 예산지출 확장 편성)이 맡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세금이 단기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잠시 나랏빚을 내 경기부양용 자금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최 후보자 역시 재정 확대를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가채무(515조2,000억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6.2% 수준이어서 대체로 60%대의 국가채무비율을 기록 중인 주요 선진국보다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다소 여유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까지 포함한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부채가 1,000조원대에 달한다는 점을 간과한 논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게다가 지난 2008년부터 나라 살림살이는 해마다 재정적자(관리 대상 수지 기준)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 정부 역시 임기 내내 적자재정을 면치 못한다. 10년 누적재정적자가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 후보자는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기반 확충을 통해 이 같은 딜레마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세율 인상이나 세목(세금 종류) 신설 없이 기존의 불요불급한 예산사업이나 비과세·감면 항목을 축소·폐지해 재원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차원에서 기재부는 임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농업 등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등 올해 일몰시한이 끝나는 비과세·감면 항목 손질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임투공제나 신용카드 공제 축소·폐지시 기업투자 및 가계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대책이 오히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셈이다. 농업 등 기자재 영세율은 쌀 관세화 등 통상개방을 앞두고 농심을 달래야 하는 정치권을 감안할 때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세출 구조조정 역시 자칫하다가는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최 후보자의 방침과 충돌해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올해 100조원을 돌파한 복지예산은 앞으로 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한 국책연구기관의 조세전문가는 "증세를 하거나 공약을 수정해 복지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마련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도 최근 담뱃세 인상론에 대한 검토 가능성을 밝히면서 사실상 증세를 일부 용인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자칫 서민에게 세금 더 거둬 서민복지를 하고 경기를 살리겠다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과거 담배 가격 인상시 세수가 그 직후 잠시 반짝 늘었다가 곧이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도 담뱃세 인상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님을 시사한다.

결국 부가세·법인세·소득세 등 굵직한 세금의 인상 없이는 재원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경기에 역행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최 후보자가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의 퍼즐을 풀려면 복지공약 중 덜 급하고 덜 중요한 것 중심으로 축소·연기·폐기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재정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