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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 어디로 가나] 北, 핵무기보유 가능성 있지만 안 쓸것
입력2003-01-09 00:00:00
수정
2003.01.09 00:00:00
노희영 기자
지난해 말 북한이 유엔 사찰단을 추방하고 핵시설 재가동에 나서면서 북한의 핵개발 의지와 핵무기 보유 여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찰관 추방은 북한이 `벼랑 끝 외교전략`을 밀고 나가겠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회장은 “북한이 앞으로 무엇을 개발하려고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북한이 이미 1~2개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으며, 수개월 내에 4~8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을 정도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는 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험이 완료되지 않은 폭탄 하나쯤은 보유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핵 사태가 `위기`는 아니라면서 외교적 절차를 통해 이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 북한과 이라크 분리 대응-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압박 봉쇄전으로 대응하는 반면, 이라크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군사전이라는 상반된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 4년간 핵무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해 왔으나 북한은 최근의 사태 전까지는 플루토늄 제조를 동결하는 등 양국의 불법행위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란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사태는 외교적 사안이지 군사적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이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해 무력 사용은 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미국은 현재 준비중인 이라크와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북한과는 전면적인 대립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라크라는 변수가 없더라도 미국이 북한과 전면 대치하기에는 여러 제약 사안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 군사력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 방사능이 유출되고 북한의 보복 공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세계 4위 규모의 100만 군대를 자랑하고 있으며 약 470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할 여력을 가지고 있다. 또 한국과 3만7,000명의 주한미군에게 살포할 생화학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수백기의 스커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전쟁 발발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얼마나 위험한가? 북한은 지난 1950년대부터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가 필요하다고 판단.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북한의 핵개발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현재 일본을 사정거리에 둔 100기의 노동 미사일을 포함, 수많은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알래스카와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미국 일부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를 개발중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년내에 사정거리가 미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도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보다 더욱 위협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북한이 유엔 사찰관들의 핵시설 접근을 제한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방위로 압박받는 북한-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해 멸망을 초래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내부적으로도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을 이양 받은 후 북한 경제는 파탄이 났고 기아로 20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사망했다. 중국의 선진문물을 보고 돌아온 북한 사람들은 바깥 세상이 훨씬 살기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북한 체제에 대한 엘리트 계층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강경 봉쇄정책은 굶주린 국가를 굴복시키는 것으로 비춰져 미국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 것이다. 미국이 제재나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북한과 전면 대치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의무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만이 북한을 바꾸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정리=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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