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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헬기 대신 대중교통, 총리는 뚜벅이, 장관은 카풀….’ 공공기관 자동차홀짝제(2부제)가 실시된 첫날인 15일 공공기관들은 여론을 의식한 듯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부산시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헬기나 비행기 대신 KTX를 탔다. 또 부산역에 도착한 뒤 동행한 장관ㆍ수석진과 함께 관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부산시청으로 이동했다. 부산시청에서는 4층인 업무보고 회의장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 올라갔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까지 걸어서 출근했다. 또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기 위해 국방부 소속 관용버스로 국회까지 이동했다. 국회로 이동할 때는 세종로 청사 및 인근 각 부처 청사에서 근무하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유명환 외교통상부, 김하중 통일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변도윤 여성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정부 과천청사 장ㆍ차관들은 카풀제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홀짝제 대상이 아니어서 관용차로 출근했지만 16일부터는 자택(도곡동)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이수원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과 함께 나올 예정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16일부터 카풀제에 참여한다. 지자체장들도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출근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혜화동 시장공관에서 서소문 청사까지 지하철을 이용했으며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자전거로, 이완구 충남지사는 걸어서 출근했다. 일반직원들도 대부분 홀짝제에 동참했다. 과천청사는 평소 23대를 투입하던 통근버스를 홀짝제에 대비해 지난 14일부터 4대 증차했지만 이날 출근 시간대에는 이용자들이 많아 모든 통근버스가 만원인 상태로 운행됐다. 반면 주차장들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날 오전7~9시 경기지방경찰청 경무과 직원 4명이 정문에서 단속을 벌였지만 2부제 위반차량은 한 대도 적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짝수번호로 2부제에 걸린 직원들이 평소처럼 자가용을 몰고 나와 인근 식당의 공터나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홀수날 홀수번호 차량만 운행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잘못 이해하고 짝수차량을 가지고 왔다가 안내를 듣고 인근 주차장으로 차량을 돌리는 직원들도 있었다. 일부 공공기관 정문에서는 꼭 출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운전자와 2부제를 단속하는 청원경찰 사이에 가벼운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일부 장거리 출퇴근자와 출장근무자, 외근경찰 등은 자동차홀짝제가 오히려 비효율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안산에서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한 공무원은 “지하철과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출퇴근하는데 환승할인을 받아도 5,400원 정도 들고 시간은 승용차를 이용할 때보다 세 배 이상인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도 “에너지 절약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간가치가 일반인과 다른 장ㆍ차관에게까지 홀짝제를 적용하는 것은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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