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주요국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끌어내렸다. 특히 유로존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이번 수정치에서 빠졌다. 다만 우리나라가 포함된 신흥공업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1.2%포인트 하락(4.5%→3.3%)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 역시 한층 높아졌다. IMF는 오는 4월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전망(WEO)을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IMF가 올해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보다 0.7%포인트 하향 조정(4.0%→3.3%)하는 내용을 담아 WEO 수정전망 자료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전망치를 보면 주요 지역의 올해 성장률은 ▦유로존 1.1% →-0.5% ▦일본 2.3% → 1.7% ▦중국 9.0% →8.2% ▦아시아 신흥공업국(NIE) 4.5%→3.3%로 각각 하향 예측됐다.
유로존 중에서는 특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성장률 전망치가 2.8%포인트나 추락해 종전 1.1%에서 -1.7%까지 수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재정 위기국인 이탈리아의 전망치도 2.5%포인트 강등(0.3%→-2.2%)당했다.
다만 최근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은 세계 각국의 하향조정 와중에도 기존과 동일한 1.8%를 유지했다.
● 디레버리징 따른 경기 둔화 경고
IMF가 24일 내놓은 세계경기전망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른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따른 소비위축 및 경기둔화이다. 과거 경기 팽창기를 이끌었던 레버리지 효과 대신 디레버리징이 경기 위축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IMF는 우선 최근의 선진국 경제동향에 대해 "2011년 3ㆍ4분기에 일시적 개선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4ㆍ4분기 들어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면서 성장전망이 크게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로존은 디레버리징의 영향 등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다고 밝혔다.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물론 영국과 독일도 하향 조정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흥국 경제동향과 관련해서는 "긴축정책, 잠재성장률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선진국으로부터 자본유입도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7.3%로 예상되는 등 상대적으로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IMF는 올해 물가상승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유가는 지정학적 불안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올해 경기 하방 위험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회원국들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이 긴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주요 경기 하방 위험으로는 유로존의 재정위기 및 은행 유동성 위험 심화에 따른 디레버리징, 실물경기 위축이 꼽혔다. 또한 미국ㆍ일본의 적절한 중기 재정건전화 계획 수립 실패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주요 신흥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중동지역 긴장에 따른 원유공급 차질 등도 하방 위험으로 지적됐다.
IMF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지속적이지만 점진적인 재정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공급 확대와 정책신뢰 회복도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응해 자산매입에 나서고 유럽안정화기금(EFSF)과 유럽재정안정화메커니즘(ESM)의 재정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됐다.
한편 IMF는 이번 WEO 수정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률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란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 위험의 영향 등을 아직 파악하기 어려워 내년 4월로 수정치 발표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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