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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여고괴담세번째이야기 ‘여우계단’
입력2003-07-24 00:00:00
수정
2003.07.24 00:00:00
박연우 기자
한밤중 교복입은 한 학생이 계단을 오르면서 “하나, 둘, 셋, 넷…스물여덟, 스물아홉! 여우야 여우야, 영원히 함께 있게 해줘”며 간절히 소원을 빈다.
화면이 바뀌면서 밝은 무용실. 무용반 단짝 진성과 소희. 진성은 소희의 강요로 무용연습을 빼먹고 공연을 함께 본 후 다음날 선생에게 호되게 혼난다. 이를 본 소희가 “제가 가자고 했어요”라고 밝히자 선생은 웃으며 “그랬니?”며 곱게 넘어간다.
곰팡이 냄새가 날듯하고 어두워 음산하기도 한 지하 개인 미술연습실. 엄청 뚱뚱한 혜주가 손에는 발레 토슈즈를 들고 입주위에는 생크림 케잌을 묻혀가며 “생일축하해”며 혼자 즐거워한다.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는 것인지, 친해지고 싶지만 자신과 격이 달라 사모만 하는 혜주의 생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혼자서만의 공간을 즐기는 모습이다.
교육현실의 폭력성을 공포 장르로 결합시켜 90년대 최고의 기획영화로 손꼽히는 `여고괴담`. 국내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시리즈물로 자리했다.
그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 8월1일 개봉한다. 1999년 단편 `사이코드라마`로 서울여성영화제 우수상을 수상한 윤재연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시리즈가 감독들의 스타일에 따라 매 작품마다 다른 색깔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박기형감독의 1편이 뒤틀린 교육현실을 비튼 정통 호러물이었다면 김태용ㆍ민규용감독 공동의 두번째 이야기는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을 퀴어 영화적인 분위기를 풀어낸 성장드라마다. 세번째 이야기는 학교 기숙사로 오르는 숲길의 28개 계단이 간절히 소원을 품고 한 계단씩 오르면, 없던 29번째 계단이 나타나서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계단 괴담`과 `소원빌기`라는 미신행위를 학교와 기숙사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통해 예술학교 학생들의 뒤틀린 욕망을 풀어간다.
영화는 얼굴과 마음씨도 예쁘면서 발군의 솜씨로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발레리나 출신의 엄마의 대리만족으로 그냥하는 발레보다는 진성과 늘 함께 있는 것이 소원인 소희(박한별)와 최고의 발레리나가 꿈이지만 소희의 그늘에 가려 늘 2등인 진성(송지효), 그리고 스트레스를 먹는것으로 풀어 점점 뚱뚱해져가면서 학교내서 놀림감이 된 혜주(조안), 최고의 조각가가 되는 게 꿈이지만 능력은 그에 훨씬 못미치는 윤지(박지연), 이들이 여우계단에서 각기 소원을 빌면서 죽음이 전염병처럼 번져간다.
깨진 유리가 든 토슈즈를 신고도 학교 대표로 뽑힌 소희가 진성을 찾아와 다투다 그만 소희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병원에서 투신자살하면서 학교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들의 인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을 때 비로소 공포는 비극으로 탈바꿈하여 유난히 삐걱거리는 오래된 기숙사의 복도와 계단 그리고 음침한 지하 미술실의 효과음을 더해 공포로 와 닿는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이야기는 힘을 잃고 만다. 줄거리가 너무 단선적이고 복수의 방법도 지나치게 뻔하다. 산발한 소희의 원귀가 진성의 기숙사 방 유리문을 통해 기어 들어오는 모습이라던가, 진성 주변을 맴돌며 화장실에 나타나 산발한 머리를 한바퀴 휘-ㄱ 돌아가는 모습 등등이 많이 보여진 모습같고, 이때 귀신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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