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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피서를/김승유 하나은행장(기업인 문화칼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에 우리 문화가 살아숨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인사동 거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수많은 화랑들, 우리의 옛 것을 보여주는 고서화점과 골동품상들, 현대적인 생활도예점들, 그리고 우리의 맛을 지켜주는 한식집 등이 함께 어울어진 그곳은 가장 한국적인 우리 문화의 거울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가까이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운현궁, 종묘가 있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고 따라서 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되고 있다. 어릴적 하교길에 지나곤 하던 이 길은 나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는 기껏해야 붓과 먹을 한두번 사본 기억밖에 없지만 길거리까지 나와있던 골동품, 그리고 표구점에 걸려있던 한국화나 고서화들을 보던 재미를 잊을 수 없다. 60년대부터는 화랑가가 자리잡기 시작해 골동품상과 어울려 옛 것과 새것이 함께하는 거리가 되었고 주변에 한식집이 많아 마음편하게 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어 금상첨화라는 느낌이다. 요즘도 가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면 혼자서 편한 차림으로 이 거리를 걸어보곤 한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 낯설어 할 때도 있긴 하지만 마음만은 그들처럼 젊어지는 것같은 착각에 즐거워지기도 한다. 삼복더위로 찌는 요즘 인사동에서 피서를 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냉방이 잘 된 백화점으로 피서를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에 치어서 피곤한 것보다 인사동 거리를 걷다가 냉방이 완비된 화랑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면서 더위를 식히면 누가 그림사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정서도 함양되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휴일에는 길거리 엿장수의 각설이 타령도 들을 수 있고 길바닥에 펼쳐지는 벼룩시장은 백화점 물건을 보는 것 보다 훨씬 좋은 구경거리다. 한가지 염려스런 것은 최근 골동품상가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고 다른 업종이 들어서고 있어 이 자랑스런 전통문화거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웃 관훈동과 함께 인사동을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전시장으로, 옛 것을 잘 모르는 우리 2세들에게는 손쉽게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다함께 기울였으면 한다. □약력 ▲43년 서울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미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하나은행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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