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소비자의 불만을 사온 가격 구조와 유통 관행을 늦기 전에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수입차 업계의 고속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이 더 크기 전에 불공정 관행이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차 업계에서도 프리미엄 5개 브랜드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전브랜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수입차 및 부품 가격의 거품이 일부 걷힐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수입차 업계는 오히려 현재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의 초점은 수입차 및 부품의 '가격'에 맞춰져 있다.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가 우리나라와 본사의 가격 비교와 국내에서의 가격 결정 과정, 유통 구조 등에 집중됐다.
수입차의 가격에 대한 불만은 일찌감치 부품에서 시작됐다. '이상하게' 비싼 수입차 부품 가격은 수입차 구매 고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이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저속충돌시험에서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으로 국산차(275만원)보다 훨씬 많이 든다. 외제차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부품 값이 6.3배, 공임 5.3배, 도장료는 3.4배에 달한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부터는 완성차 가격 역시 도마에 올랐다. 유럽산 모델의 가격이 워낙 부담스러운 탓에 FTA 발효가 상당한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 발효 첫해 유럽산 수입차의 관세는 기존 8%에서 5.6%로 2.4%포인트 떨어졌지만 실제 차량 가격 인하폭은 평균 1.3%에 그쳤다. 이것도 지난해 7월 발효를 전후해 반짝 효과에 그쳤고 일부 브랜드의 경우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다시 가격을 인상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내수시장 위축이라는 악재도 수입차 시장은 비켜가며 지난 2011년 10만5,037대로 전년 대비 16%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BMWㆍ메르세데스벤츠ㆍ폭스바겐ㆍ아우디ㆍ렉서스 5개 브랜드의 판매량이 전체의 66%가 넘는 69,719대에 달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입차 업계의 성장세가 계속되는 올해 초를 공정위가 적기로 파악했다는 관측이다. 시장이 급속히 확산될 때 불공정행위가 빈번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의 유통과정과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 아직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일부 가격 거품이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오히려 공정위의 조사가 완성차 및 부품 가격의 실상을 제대로 밝혀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독일과 한국의 부품 가격 비교 조사를 통해 국내 판매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 역시 "최근 출시한 신차 시로코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원화 환산 가격으로 5,000만원이 넘는 차를 국내에서 4,000만원대 초반에 판매 중"이라며 "불공정한 행위나 가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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