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메시지에 공감하면서도 자칫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지적이 경제 회복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차지한다는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그간 추진해 오던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사회공헌 등의 현황을 긴급 점검하기 시작했다. 수출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근 대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특히 재계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친서민 정책이 중소기업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체 고용의 80~90%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고, 서민의 대부분이 중소기업 종사자와 그 가족이라고 보면, 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곧 중소기업의 사정이 아직 팍팍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중 중요한 사항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대기업의 탓이라고만 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출형 대기업들의 선전해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했고,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의 매출도 늘고 이익도 늘었다"면서 "다만 2차, 3차 협력업체들 중에는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대기업들이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A그룹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인식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검토해봐야겠지만 자칫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노골적인 억울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일자리 나누기, 인적 구조조정 최소화 등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재계가 펼친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모두가 어려울 때 재계가 나서 일자리를 지키는 데 앞장섰고, 대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낸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이제 와서 대기업의 성과를 중소기업을 쥐어짜서 이룬 것으로 본다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고환율로 수출형 대기업은 돈을 버는 대신 서민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율 덕에 더 큰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 극복에 성공한 대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위기를 탈출한 데는 대기업의 역할이 컸고, 외국 기업들이 이제 한국을 배우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역할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ㆍ중소기업 협력사업 확대, 사회적기업 지원, 고용 및 투자확대 등은 재계의 기본방침이며 앞으로 더욱 이 분야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지원, 미소금융, 협력업체 현금결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특히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대한 서민 지원 방안을 더 깊게 연구하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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