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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은 최근 해양플랜트사업에 진출했다.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분야로 손꼽히는 해양제품 분야에 불황기에 진출함으로써 시장 진입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차세대 성장엔진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이를 위해 60여명 규모의 사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LNG-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나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선종 개발에 착수했다. 한진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분야에 자신 있게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최근 완공된 필리핀 수빅조선소 덕분. 국내 영도조선소의 경우 규모가 작아 대규모 해양제품을 건조하기 어려웠지만 대규모 수빅조선소가 완공됨에 따라 수주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실제 한진중공업은 지난 4월 세계 최대형급인 6독을 수빅조선소에 추가로 건설했다. 이 독은 길이 550m, 폭 135m, 깊이 13.5m로 축구장 10개 면적보다 커 컨테이너선 6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빅조선소는 단기적으로 극초대형(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및 4,000TEU급 이상 중대형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커선 등을 생산할 수 있게 됐으며 향후 수빅조선소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향상되면 고부가가치 선박인 Q-Max급(26만톤) LNG선, 드릴십, FPSO 등도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6독의 완공됨에 따라 영도조선소의 설비 제한으로 인한 대형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최고의 고효율 생산시스템을 갖춘 초대형 글로벌 조선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이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다양한 선종 개발을 통한 ‘소프트웨어’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쇄빙선 등 특수선 분야. 이 회사는 최근 순수 국내 기술로 첫 국적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진수식을 마쳤다. 쇄빙연구선은 극지나 심해 등에서 다양한 연구활동을 벌일 수 있는 선박으로 얼음을 깨고 항해해야 하는 기술과 다양한 연구시설 등 첨단기술이 집합된 배다. 한진중공업은 2년여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하면서 마침내 아라온호 건조에 성공했고 이 배는 오는 9월 말께 극지연구소에 인도된 후 올해 말께 종합시운전을 위해 남극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국내 기술의 첫 쇄빙선 건조를 성공적으로 이뤄내 기쁘다”며 “쇄빙선 건조 성공의 기술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쇄빙선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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