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에 유리 어불성설" vs "협상 내내 끌려다닌 꼴"<br>"우리측이 강력한 案 던져 연장" vs "美측 일정 따라가다 생긴 해프닝"
| 정인교 교수 |
|
| 이해영 교수 |
|
[한·미 FTA 협상] 긴급 대담
"美측에 유리 어불성설" vs "협상 내내 끌려다닌 꼴""우리측이 강력한 案 던져 연장" vs "美측 일정 따라가다 생긴 해프닝"
정리=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정인교 교수
이해영 교수
관련기사
한미 경제동맹시대 열렸다
노대통령, 경제장관회의후 최종 지침
미국 의회 "합의안 수정할 수도"
백악관 "아쉬운 부분 많지만 다행"
노대통령 신중함 속 오늘 대국민담화
자청해서 얻은 양날의 칼…위기이자 기회
자동차·섬유 '긍정' 농업·의약엔 '직격탄'
한국, 뭘 주고 뭘 얻었나
美 쇠고기·車 싸지고 통관절차 빨라져
정부 향후과제…피해 신속보상·구조조정 촉진
한미FTA 협상서 제외된 것들은?
'영광이냐 오욕이냐' 협상 주역들
양국 오가며 424일 치열한 전쟁
FTA이후 한국자동차 경쟁력은…
정치권 "국익 디딤돌" vs "청문회…장외투쟁"
고무줄로 변한 데드라인 누구편?
"미측에 유리 어불성설" vs "끌려다닌 꼴"
자동차·쇠고기… 막판까지 맞선 이슈들
전문가 "美, 통상증진·中견제 두토끼 노려"
전문가 "한국, 일자리 감소등 큰 시련 올수도"
리바이스·나이키 값 내릴까?
美바이어 "한국산 의류·자동차 수입 늘릴것"
미국산 가전제품 값 최소 8% 싸져
[사설] 한·미 FTA협상 타결 이후 과제
[사설] 한미 FTA, 이제 '국내 협상'이 문제다
“한미 FTA는 한국의 통상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개별사안을 놓고 미국 측이 유리하게 됐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 측의 요구에 끌려다녔다. 우리협상단은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 ‘타결’에만 매달렸다. 4~5년 내에 대미 무역적자국이 될 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사안인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학계에서 한미 FTA를 찬성하는 국내 학계의 대표적 인물인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부)와 반대하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가 1일 오전 서울경제 사옥 11층에서 토론을 벌였다. 협상 최종 마감시한이 불과 12시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열린 이번 토론에서 두 학자는 정교한 찬반 논리로 무장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협상 연장 문제
▦정인교 교수=원래부터 시한에 대해서는 양국이 오락가락했다. 중요한 건 FTA 타결이 어려운 협상이고 양측이 어느 것 하나 쉽게 내줄 수 없는 절차상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로 봐야 한다. 확인은 안 됐지만 우리 협상단이 마지막으로 미국 측에 제시한 안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 크다. 더구나 대통령이 귀국 직전 ‘한두 가지 꼭지를 직접 뽑아야겠다’고 하지 않았나.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가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연장은 우리가 강력한 안을 던져 불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측이 고심 속에 뭔가 새로운 안을 가지고 최종 담판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영 교수=그건 아니다. 미국 일정에 따라가다 보니 발생한 해프닝이다. 또 당초 협상 시한인 지난 3월31일까지 왜 타결이 안 됐느냐가 포인트다. 우리는 마지막 패를 미국 측에 모두 보여줬는데 미국은 패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연장을 요청했다. 우리가 끝까지 일관되게 미국에 끌려다니는 협상이 되고 있다.
협상막판 미 의회는 자동차와 노동ㆍ환경문제를 들고 나와 미협상단을 몰아붙였다. 미 협상단으로서도 결국 의회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안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새 제안 때문에 협상이 연장된 것 같다. 우리한테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최종 협상쟁점
▦정 교수=이틀간 협상 연기는 뭔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연장 문제가 3월31일에서 4월2일로 넘어갔다는 단순한 기술적 측면보다는 뭔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게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환경ㆍ노동 분야의 경우 지금 논의된 게 양측 모두가 수긍할 수 있고 미국이 세게 요구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업계 빅3가 한국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컨대 물량을 보장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한미 FTA의 메커니즘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교수=미 의회가 던진 패키지는 초당적 제안이다. 핵심 내용은 아마도 관세 분야에서는 한국 수입차의 점유 비중이 20%가 될 때까지는 관세장벽 철폐가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한국이 ‘철의 장막’을 찢어내기에는 바티아 안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코스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 패키지는 우리가 절대 받을 수 없다. 물량 20% 관세 조건은 자유무역과 관계없다. 차라리 ‘자유통제 무역’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만약 이를 수용한다면 타결은 100%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정 교수=이 교수가 언급한 미 의회의 초당적 제안은 사실 미국자동차협회가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문구 그대로다. 의회 의원들이 통상 규범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른 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간 많이 나온 얘기이다 보니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겠나. 이 정도 안이라면 48시간 협상 연장을 통하기보다는 일단 차제에 논의하자고 미 협상단에서 얘기할 것이다. 그간의 협상을 완전히 뒤집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협상을 안 하면 안 했지…. 아마 ‘생색내기’용으로 뭔가가 있지 않나 싶다.
▦이 교수=동시에 미 의회 패키지 안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민주당 신통상정책 중 하나인 노동조항이 있다. 미 하원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한국의 노동현실과 노동법 준수 여부에 대해, 특히 비정규직법안,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등 모든 게 문제이니 다 고치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분명 민주당의 신통상정책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노동조항 논란 중 하나가 바로 경제자유구역인데 과연 미국이 새롭게 제기하는 요구들을 한미 FTA 노동 조항에 반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정 교수=맞는 말이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미국 실무자들과 협의해봐도 우리가 결코 밀리는 게 없고, 실질을 따져보면 미국에 오히려 문제되는 노동조항들이 있다. 경제자유구역 문제의 경우 우리 정부의 협의 과정에도 참여해봐서 알지만 경제자유구역을 피해가는 식으로 협정 문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요구하는 노동 분야 주장들이) 만약 경제자유구역법과 한미 FTA와 배치되는 것이라면 국내에 큰 문제가 생긴다.
◇협상의 성과
▦정 교수=협상과정에서 양측 협상을 보면 실무자들끼리도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이다. 깨질 협상이면 진작 깨졌다. 언론 브리핑을 봐도 상대국의 아픈 부분에 대해서는 잘 건드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눈에 보인다. 예전 한일 FTA를 지켜봤지만 그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비록 협상 중반 파행을 겪었지만 수습과정을 보면 타결 수순을 단계적으로 밟아온 전형적인 협상으로 판단된다.
▦이 교수=바꿔 말하면 우리 측 협상단은 ‘협상’을 하기보다 ‘타결’을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쌀만 지켰다고 본다. 나머지 민감 품목들을 다 내준 셈이다. 쇠고기를 포함해 모든 게 개방된다. 서로 아픈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막판 쌀 문제에 대해 협상하고 있지 않나. 우리가 협상에서 밀린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선결과제에서 쌀을 빼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쌀 대신 스크린쿼터를 우리 측 협상단이 조커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협상단이 스스로 쥐고 있던 조커를 미국에 넘긴 꼴이 됐다.
▦정 교수=쌀은 정부가 일관적으로 지킨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가끔 쌀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협상 전략으로 마치 우리가 개성공단 문제를 얘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스크린쿼터의 경우 우리가 협상에서 카드로 잘 활용했으면 하는 여지가 있었다. 의약품은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리스트)을 우리 안대로 했고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도 2년 유예시켰다.
▦이 교수=지난해 8월 정부 측으로부터 받은 한미 FTA 쟁점을 표로 정리한 목록을 가지고 있다. 이 표를 가지고 지금까지 나온 협상 결과를 정리해 확인해보니 대부분 우리 입장보다는 미국 입장이 수용됐다. 노동ㆍ환경ㆍ전자상거래ㆍ정부조달ㆍ통신 등…. 우리가 내준 게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 교수=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미국과 1대1 대등한 관계에서 주고받기를 해야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미국식 통상시스템을 국내로 이식하자는 게 한미 FTA의 중요한 목적이다. 그렇게 보면 미국식 제도가 국제적으로 통하고 있고 그간 통상문제로 제기된 것도 있어 오히려 우리에게는 통상문제를 해결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이슈를 따지지 않고 미국 측 안이 더 많이 반영돼 협상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
▦이 교수=특정 산업에서는 협정 체결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미 수출 흑자의 80%를 자동차라는 단일품목에서 내고 있다. 80%의 흑자를 굳이 한미 FTA 없이도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경향으로 볼 때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생산 물량으로 수출을 대체하면 오히려 국내 내수가 흔들릴 수 있다. 고용문제도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미국 측이 자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봐도 4~5년 뒤면 우리는 자칫 대미 무역적자 국가로 바뀔 수 있다. 개인적으로 향후 10년간 적어도 50억달러 이상 대미 흑자가 감소할 것이다.
▦정 교수=동의하지 않는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가 늘더라도 현지생산이 국내생산을 대체하기보다는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국가에 대한 적자 혹은 흑자가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다. 중요한 건 우리의 전체 무역수지가 어떻게 변하느냐는 것이다. 모든 나라에 대해 흑자를 거둘 수는 없다. 특히 미국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80%가 중간투입재이다. 이것을 최종재 생산에 쓰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어 결국 전체 수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미FTA 협정 활용 전략
▦정 교수=타결을 전제로 말하고 있지만 한미 FTA의 많은 내용에는 사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체결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국내 규제를 먼저 손질해야 한다. 규제 중에서는 필요한 것도 있지만 행정 편의적이라든지 정부의 인허가권 때문에 공무원에게만 좋은 규제도 많다. 체결 이후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는 물론 기업인들도 노력해야 한다.
▦이 교수=모든 법률은 결국 규제라는 점에서 봐야 한다. 이 가운데 시장 관련 악성 규제는 당연히 없애야 한다. 하지만 공공 필수서비스 분야의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지 FTA를 지렛대로 풀어헤치고 경제의 공공 인프라를 위태롭게 만드는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농업 등에 피해산업 대책
▦정 교수=세계에서 농산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국과의 협정에서 우리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국회 비준 과정에서 농업에 대한 피해대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논점이 될 것이다. 방법은 결국 농민에 대한 피해보전에 덧붙여 지원 규모를 더욱 늘릴 수밖에 없다. 또 이번 협정이 농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찔끔찔끔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열린 경제상황에서 우리 농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이 교수=최근 두개의 장면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암시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 목축업자 앞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연설했지만 노 대통령은 농업인들에게 “염치없다”고 말했다. 사실 농업 분야는 답이 안 나온다. 농업은 시장논리로는 안 된다. 미국은 농업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차라리 농가 보전금을 미국만큼 크게 늘리거나 땅을 넓혀줘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우리도 모든 걸 챙길 수는 없겠지만 농업을 단순히 시장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보조금이 엄청나게 지급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농업 분야에서는 시장논리가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비준 전망
▦정 교수=어려울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보였던 분열 양상보다 더 심한 내부갈등이 생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였던 포지션을 잘 유지하면 다수 의원들이 지지하게 될 것이다.
▦이 교수=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했을 때 한미 FTA에 대한 반대와 유보 입장이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미 의회의 비준이 거부되면 이번 협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정인교 교수 약력
▦61년 경남 진주 ▦진주고, 한양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박사(경제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팀장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이해영 교수 약력
▦62년 경남 마산 ▦혜광고, 서울대 외교학과 ▦독일 마부르크대 박사(정치학)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입력시간 : 2007/04/01 18:49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