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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퀄컴 굴레' 언제까지

깊은 밤 폭우로 추위에 떨면서 길을 잃고 헤매는 등산객. 참으로 고약한 상황이다. 이 등산객의 호주머니에 핸드폰이 있다면 걱정을 접어도 될 듯하다. 최소한 자신의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았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정신만 있다면. 119나 112 등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긴급상황만 설명하면 소방서나 경찰은 휴대폰의 발신 전파로 조난자의 위치를 찾아내 구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위치정보이용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휴대폰이 의사소통이라는 기본 기능외에 인터넷이라는 화려한 날개를 달더니 이제는 훌륭한 생명구조의 수단까지 발전한 셈이다. 하지만 아무 휴대폰이나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칩이 내장돼 있어야 한다. 정통부는 앞으로 생산되는 휴대폰에 GPS칩 장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보유기업인 '퀄컴'이다. CDMA가 그랬듯 GPS칩 기술 역시 퀄컴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국내에 시판된 5만여대의 GPS칩 장착 휴대폰들은 모두 퀄컴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휴대폰은 1,500여만대. 퀄컴의 GPS칩을 장착하면 대당 1만원의 원가 상승 요인이 생긴다고 하니 여기에 판매량을 곱하면 1,500억원이 더 들어간다. 로열티를 5%로 잡으면 퀄컴은 75억원을 앉아서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굳이 GPS칩을 의무화하지 않아도 단말기 업체들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칩을 장착한다. 정통부가 기술종속이란 비난까지 무릅쓰고 이를 법으로까지 의무화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퀄컴의 cdma-1x 칩 공급 부족으로 단말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한국산 휴대폰이지만 손톱크기 만한 칩이 부족해서 생산을 중단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휴대폰은 어느덧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수출 부문에서도 국내 경제를 이끄는 핵심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함의 뒤편에는 늘 퀄컴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씁쓸함은 지우기 힘들다. 정두환<정보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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