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신경영 선언 때부터 추진해온 ‘ 뉴 삼성’..,,, 마직막 기회로 보는 것 같다 “삼성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졌다.” 지난 9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의 대외 이미지와 자긍심을 훼손하면서까지 내부 비리 문제를 만천하에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깨끗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회장은 발언 하나에도 수많은 의중을 담는 인물이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올 1월 인터뷰에서 “회장님은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2008년 본격 착수했던 ‘뉴 삼성’ 만들기를 재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 삼성을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 회장은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부터 그 뒤 인재경영ㆍ창조경영 등의 화두를 제시하며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신경영 선언이 제품의 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인재ㆍ창조경영은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초일류 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때 임직원들의 대대적인 기강 잡기가 이뤄졌다. 뉴 삼성 프로젝트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뉴 삼성은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제품의 질뿐만 아니라 윤리규범 등 보이지 않는 내면적 측면의 발전을 요구하는 장기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2008년 특검 사태 때문에 이 회장의 뉴 삼성 프로젝트는 안타깝게 좌초됐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조직원들의 팽팽한 긴장감도 수그러들었다. 제품의 질 개선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인적ㆍ조직쇄신은 미완의 과제로 남겨지게 됐다. 실제로 특검을 계기로 감사팀 기능은 경영진단으로 완화됐다. 또 거래처 등을 만날 때 지켜야 할 규범도 이때를 기점으로 느슨해졌고 삼성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완화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현안을 챙겨온 이 회장이 8일 ‘청결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지시한 것은 바로 2008년의 뉴 삼성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결단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나이가 올해로 칠순이다. 본인이 애착을 갖고 발표했던 신경영 선언이 나온 6월을 맞아 본인(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정부패 발언을 통한 기강 잡기는 뉴 삼성 완성과 더불어 후계구도와의 연관성도 깊어 보인다. 이재용 사장 등 3세 경영이 안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지작업 착수가 그것. 기강 잡기를 통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삼성을 물려주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에 불어 닥칠 인적쇄신과 조직혁신은 3세 경영 체제에 걸맞은 인사 및 조직 시스템을 구축할 절호의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은 삼성을 새롭게 바꿔 이 회장에게 넘겨줬다. 이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부정부패 발언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거 시즌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청결 삼성’을 강조함으로써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두겠다는 해석이다.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조직원들의 기강을 잡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회장의 부정부패 발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 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부정부패 언급이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8일과 9일 이틀 연이어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은 그 자체로 삼성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의 진짜 의중에 삼성이 숨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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