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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정치의 공정거래
입력1999-09-12 00:00:00
수정
1999.09.12 00:00:00
「새 피」를 수혈한다는 소리도 들리고 제2창당을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헌 피」를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새 피를 주입함으로써 정치를 쇄신하고 민심을 일신하자는 것이 새 피 수혈의 취지다. 그러나 새 피 수혈을 도마뱀의 제 꼬리 자르기에 빗대는 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헌 피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 제2창당론에도 반발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잘못은 「밑」에만 있고 「위」에는 없다는 인식이 처음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헌 피들이 위의 리더십을 문제삼기 시작했으며 보스 지배체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내 민주화라는 근사한 구호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리더십처럼 애매모호한 말은 없다. 위의 입장에서는 리더십이 없다고 공격받는 것처럼 곤혹스러운 일은 없다. 밑에서 받쳐주면 없던 리더십도 생겨나고 거꾸로 밑에서 흔들면 있던 리더십도 사라진다.
사실 리더십에 관한 기술은 한곳에 모으면 도서관 몇개를 채울 수 있을 만큼 많다. 그러나 결정판은 없다. 마키아벨리는 리더의 자질은 천성의 것이며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동양의 지도자론은 지도자의 덕목을 열거하면서 배우고 닦으라고 말한다. 리더십은 양성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어느쪽 말이 맞는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치의 세계처럼 리더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곳도 없을 뿐 아니라 리더십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곳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강정책에 관한 대결보다 지도자의 애매모호한 리더십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곳이 정치의 세계이기도 하다.
선거의 계절이 임박할수록 싸움은 치열해진다. 새 피 수혈, 제2창당 그리고 리더십론도 따지고 보면 그 밑바닥엔 다음 총선의 후보를 누가 공천하느냐의 줄다리기가 깔려있다. 누가 누구를 공천하든 최후의 당락은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느 당의 공천을 따고 못따고가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치의 세계에도 선거자금 등 공천자에 대한 중앙당의 실질적 지원 말고도 브랜드 효과가 있다. 공천을 받는 것은 유명상표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공천을 주고 안 주고는 일종의 경쟁제한 행위가 되는데 정치판의 공정거래 기준은 없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태성(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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