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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2주년] 해외 경제전문가 대담
입력2002-07-31 00:00:00
수정
2002.07.31 00:00:00
조셉 윈더<美 한국경제연구원장>"한국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허브로서 중대한 역할을 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와 경쟁을 해야 하고,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를 더 개방해야 하는 등 어려운 일들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한국 전문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KIE:Korean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의 조셉 윈더 원장은 서해교전 사태와 관련, "이 사건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또 "월드컵 경기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올해 코리안 캐러밴에서 경제분야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말했다.
- 북한이 최근 서해 교전사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지난 6월말에 발생한 서해교전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영향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서해교전 이후에도 남북경협·햇볕정책 별 영향 안받을 것
▲ 한국과 미국 정부는 서해 교전이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현재 의문점은 북한의 행동이 의도적인지,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인지 하는 점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책임이라는 점입니다. 또다른 의문은 북한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국민들이 고무돼 있는 마당에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역전시키면서 원하는게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당분간 유연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상당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 서해 교전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후퇴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 남북 경제협력은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협은 남북한 간의 협정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질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상업적인 교류에는 약간의 제한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제 협력이 지장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이번 사건에 방해받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금강산 프로젝트도 북한에서 육로 개설을 위해 대규모 군을 투입해서 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보아 큰 장애 없이 진전될 것으로 봅니다.
남북한에 진행중인 대규모 경제 협력 방안은 불행하게도 북한이 꺼려하기 때문에 큰 진전이 없지만, 그러나 후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해 교전이 남북 교류에 어떤 영향을 줄지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진행돼온 남북 교류를 되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남북 투자협정과 대금결제 협정에 관한 최종 협상을 지연하고 있지만, 그 협상도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 지난 6월에 서울에서 월드컵 경기가 열렸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경기를 통해 하나가 됐고, 정부는 이를 계기로 경제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의 경제효과를 설명해주시지요.
▲ 우리는 지난 6월에 월드컵의 효과에 대해 논의해 웹사이트에 띄운 적이 있습니다. 저의 연구소 사람들도 미국에서 경기를 함께 보며 한국을 응원했습니다.
첫째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로 한국은 국제무대에 한걸음 더 나서게 됐고,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점을 들수 있습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은 세계 경제를 리드할 주요한 경제 국가임을 보여줬습니다.
월드컵이 한국 경제의 성장, 투자, 고용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월드컵이 종국적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수익 증대를 가져올지를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 경제에 주는 전반적인 영향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 연구소에서 '코리아 캐러밴'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한국 경제 설명을 위한 로드쇼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 우리는 이 활동을 10년 이상 해왔습니다. 미국의 주요 도시를 주한 미국 대사와 주미 한국 대사가 함께 다니며 한-미 관계와 한반도 상황 등을 설명합니다. 미국 전역의 커뮤니티 지도자와 여론 지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미국을 동부, 중부, 서부로 나눠 3년을 주기로 지역을 바꿔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중부지역에서 행사를 했는데, 디트로이트에서는 3,000명이 런치 모임에 참여했고, 캔사스시티에서는 시장이,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미주리 주지사가 참석했습니다. 현지에서 두대사가 대학과 연계해 활동하고 TV등 언론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로드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올해는 서부지역에서 열 계획입니다. 오는 9월 19일 시애틀을 시작으로, 오레건주의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렌지 카운티, 샌디에이고 순으로 돌 계획이며, 지난해처럼 청중의 뜨거운 관심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업과 사회 단체의 리더들을 많이 초청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이 행사를 개최하면서 한국 경제분야에 대한 토론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이 부분을 대폭 보강할 계획입니다. 기업과 학계에서 많은 인사들을 초청해 패널에 참여시키고, 토론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재경부, 산자부, 코트라, 전경련이 참여하고, 미 상공회의소 관계자들도 불러서 구체적인 한ㆍ미 경제 협력방안을 논의할 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 연말에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대선을 어떻게 보십니까.
▲ 어느 대통령 후보도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추진해온 경제개혁 프로그램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제시한 것이긴 하지만, 한국 정부가 선택한 정책입니다. 미국을 위한 경제개혁 조치는 더욱 아닙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와 경제계는 문제의 본질과 대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단기적인 처방과 장기적인 구조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냈습니다. 한국은 단기적인 쇼크를 극복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른 어느 아시아 국가보다 성공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아직 경제개혁이 완성되지 않았으며,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 노동 분야는 물론 공기업 민영화에 지속적인 개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지 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 개혁을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다음 정부가 경제개혁을 이어나간다면 아시아 경제의 허브(Hub)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허브 코리아' 정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허브로서 중대한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국민성이나 산업, 금융분야등을 관찰할 때 충분히 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지적학적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외국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더 개방해야 합니다.
한국은 금융산업, 법률제도, 회계구조 등 서비스 분야를 현대 경제에 맞게 고쳐 외국인을 유인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어렵겠지만, 한국이 자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엔 이 주제를 놓고 많은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져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분명 아시아의 허브로서 잠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와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또 일본의 도쿄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세 나라가 경제개방과 서비스시장 개방을 놓고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요.
이미 아시아에 허브 기능을 하고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되려면 해야 할 일이 많고, 그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행과정에 정치적 장애도 나타날 것입니다.
- 정치적 장애란 무슨 뜻입니까.
▲ 정치적 장애란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얻는 이해집단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농업분야나 서비스 분야에서 현질서에 만족하고, 외국과의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경제 허브로서 역할을 하려면 경쟁을 피해서는 안되며 외국의 참여를 환영해야 합니다. 어느나라에서나 국제시장에 경제를 개방할 경우 반대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도 그랬고, 한국도 그럴 것입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변신하고 적응하기 때문에 잘 극복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 미국 경제가 최근 기업 부정으로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의 이슈는 외환위기때 미국이 한국에 요구했던 사항입니다. 한국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 미국은 4~5년전에 미국의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면서 투명성을 요구했습니다만 지금은 여러가지 사건으로 창피스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회계의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은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현재 미국 기업의 상황에서 배울수 있는 점은 투명성 확보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번처럼 한국 경제가 또다시 휘청거릴 가능성이 없을까요.
▲ 그럴리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97년 대선때에는 한국은 막대한 단기외채를 지고 있었고, 갑작스럽게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해외채권은행들이 한국의 단기외채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고, 이를 지급할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이 고갈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5위권에 들어섰고, 해외부채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선진국이 동시침체를 겪을 때에도 성장을 지속했습니다. 97년 대선 당시의 경제위기는 없을 것입니다.
-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경제 성장이 다시 둔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 미국 금융시장의 문제는 한국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다. 뉴욕 주가 급락은 미국인들의 소비를 줄이고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한국의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동안 내수시장 비중을 높였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영향을 덜 받는 구조로 됐습니다. 미국 경제가 급속히 침체로 빠지지 않는한 한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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