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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대상’ 단순명료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을 통해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를 못박은 것은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을 줄인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재신임 대상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정책과 연계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 것도 진일보 한 것이지만 여기엔 아직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방법으로 국민투표가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시기는 12월15일 전후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 방식은 법리상 논쟁이 있지만 노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국민투표 방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쉬울 것이다. 재신임 시기를 12월15일 전후로 제시한 것도 국정혼란 기간을 최소화 하고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총선 등 향후 정치일정에 맞춘다는 점에서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묻게 된 배경을 `정치권의 일상화된 부정부패와 그에 대한 도덕불감증`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덕적 마비증상을 고치지 않고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면서 “이제 우리 국민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부패정치 청산의 문제를 재신임 선택의 배경으로 내세우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청와대 등 대통령 주변에서 부패정치ㆍ지역정치의 타파 등 정치개혁의 문제를 재신임의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정책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발언과도 상충된다. 국민투표의 기본 취지는 정책과 연계를 하더라도 찬반이 치열하게 갈리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선택을 가리자는 것이다. 정치개혁과 같이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당위적인 사안을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것은 넌센스다. 국민투표에서 가려져야 할 대상은 단순 명쾌하게 제시돼야 한다. 이번 재신임은 결국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어서 리더십을 회복하고 국정을 잘 수행토록 하자”는 입장과 “나라가 워낙 어지러우니 새 사람을 뽑아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두 가지 입장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재신임을 받는다 해서 그것이 국정안정을 가져온다는 보장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재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이 보다 훨씬 더한 국난을 슬기롭게 헤쳐온 국민적 역량과 지혜를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재신임의 대상과 목적을 `자신의 책임 문제`로 단순화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이나마 쉽게 해줄 필요가 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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