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개는 인간의 사랑을 받기 보다는 인간에게 유익함을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현대에 와서 개의 위상은 애완견에서 반려동물로까지 높아졌지만 최근의 한국 애견 시장은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개의 해를 맞아 개를 키우려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애견시장
우리나라 애견 시장은 2004~2005년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불경기의 여파로 충무로 애견상가를 떠나는 가게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애견시장이 한창 좋았던 2001~2002년에 팔려 나갔던 개들이 대거 버려져 유기견이 급증하기도 한 시기다. 우리나라 개 시장은 60~70년대까지는 거의 먹거리로서의 시장이었다. 특정 계층에서만 사냥과 애완용으로 개를 길렀다. 애완견은 87~88년을 전후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는데 급격한 성장을 보인 시기는 IMF 외환위기 이후다. 특히 신용카드가 무제한적으로 발급되던 시기 젊은 층이 애완시장을 키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후 신용카드 한도 등이 제한되면서 애완견 시장이 함께 위축됐고 이어 찾아온 불경기를 맞아 애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개띠 해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다. 졸업 입학 선물로 개를 찾는 사람이 새해 들어 늘고 있다. 최지용 경주서라벌대 애완동물학과 교수는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5~7%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애완견의 역사도 오래됐다. 말티즈는 몰타 섬에서 3000년 전부터 애완용으로 기르던 개다. 그러나 애완견의 위상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약 200년 전부터다. 이는 인간이 물질적 풍요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시기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개를 반려동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끼고 사랑하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다른 애완동물과는 달리 정서적이 교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개를 치료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정서적, 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환자들의 경우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가정에서 기를 만한 개
▦아파트(실내견)의 경우=토이푸들, 시추,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미니어쳐 슈나우저 등이 대표 견종이다. 이 들 종류는 일단 크기가 작아 덜 먹고, 배설량이 적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밖에 체중이 적어 뛰어다녀도 아랫 집까지 울리지 않는데다 짖는 소리도 우렁차지 않다. 이들 종 중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종류는 토이푸들이다. 토이푸들은 털이 안빠지고, 몸에서 나는 체취가 약하며, 영리해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하지만 외모를 보고 고른다면 개인적 취향에 따르면 된다. 소형 실내견의 가격은 애견센터에서 구입할 경우 30만~50만원사이인데 일반적으로 암컷이 수컷 보다 10만원 정도 비싸다. ▦단독주택(실외견)의 경우= 진돗개, 골든리트리버, 시베리안허스키 등이 적당하다. 집밖에서 기를 생각이라면 털이 짧은 단모종은 피하는게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 추위가 만만치 않아 단모종은 폐사할 확률이 높다. 이 보다 더 큰 셰퍼드, 도베르만 핀셔 등도 중형견으로 분류되지만 공격적인 성격 때문에 가정에서 기르기에는 적당치 않다. 삽사리는 경계성이 뛰어나 번견으로 적당하지만 털관리가 어려워 가정에서 기르기가 만만치 않다. 실외견의 가격은 진돗개가 30만~40만원. 외국개는 50만~70만원선이다. ■어디서 구입하나
일단 동네 애견센터를 이용하는 게 좋다. 동네 애견센터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병든 강아지 등을 속아서 구입할 확률이 적은 편이다. 이밖에 인터넷동호회에 회원 가입을 한 후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가정집에서 번식시켜 판매하는 강아지가 있고, 업자가 파는 강아지도 있는데 가정집에서 파는 개는 소량 번식이라는 점이 매력적이고, 번식장에서 판매하는 개는 관리사육의 전문성이 뛰어나 어느쪽이 낫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한 목적견들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은 개를 경비, 전쟁, 목양, 수렵 등 목적견으로 이용했다.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점이 개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이다. 전쟁견은 주로 대형견인 마스티프 유형의 개들이다. 전쟁터에서 식량으로 쓸 양이나 소를 몰게 시켰다. 적을 마주치면 개를 굶긴 뒤 돌진시켜 상대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로마군이 게르만 원정에서 철수할 때는 전쟁에 이용했던 개를 로트바일러 지방에 두고 왔는데 이 개가 정착, 개량된 것이 지금의 로트바일러 종이다. 투견 또한 역사가 깊다. 영국에서는 소와 개를 싸움붙이는 불 베이팅이 유행했었다. 불독은 여기서 유래한 견종이다. 요즘 투견의 대명사인 핏불은 소 가죽에 구멍을 뚫는 개라는 뜻이다. 전쟁견이 역사에 큰 기록을 남긴 것은 1차 세계대전이다. 독일군은 저먼 쉐퍼드를 이용해 문서를 전달하고, 지뢰를 탐지하고, 경비를 시켰다. 심지어 등에 폭탄을 매달아 적진으로 보내는 등 연합군을 괴롭혔다. 이후 저먼 쉐퍼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패전 직후 독일의 전체 수출액 중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엽견으로는 주력으로 사냥감을 쫓는 하운드 종, 냄새로 끈질기게 추격하는 비글, 너구리 굴까지 쫓아가는 슈나우저, 테리어 종이 있다. 리트리버, 스파니엘 등의 이름이 붙은 개는 총으로 쏜 새를 물고 오는 개들이다. 포인터는 새가 있는 곳을 탐지한 뒤 짖어서 날게 해 사람이 총으로 쏘기 좋게 만드는 개들이다. 산악에서의 조난이나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개들은 탁월한 구조요원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구조견으로는 세인트 버나드가 유명하다.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종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데 이용하는 대형견이다. ■한국의 토종개 우리나라 토종개로는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가 혈통이 확립돼 있다. 발발이, 바둑이(바독개), 쌀개 등도 토종개이지만 혈통이 확립돼 있지 않다. 잊혀진 토종개로는 여수개, 제주개를 비롯해 여러 지역견들이 있었다. 토종개들이 사라지게 된 때는 일제강점기다. 일본이 만주전쟁과 러ㆍ일 전쟁을 일으킬 때 군수물자 확보 차원에서 개를 잡아 가죽과 털을 쓰고 고기를 먹었다. 동네마다 ‘도축부’라는 기관을 두고 헐값에 개를 사들여 도살했다. 진도는 섬이라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개가 덜 죽었는데, 일본의 모리 교수가 진도를 둘러본 뒤 “일본 토종개와 비슷한 개가 한국에 있으니 보호하자”고 제안해 진돗개가 혈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삽살개는 경북대학교에서 복원했고, 풍산개는 북한산이라 남한에서는 귀하다. 국내에 있는 풍산개중 북한이 혈통을 인정한 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우리’와 ‘두리’가 유일하다. 도움말=한국애견협회 최지용 경주서라벌대 교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