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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지 리크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의 KT&G 사외이사 선임은 경영진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외국인 주주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 대형업체의 이사회 일원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칼 아이칸 연합세력은 단기적으로 인삼공사 기업공개(IPO) 요구 등 경영권 간섭을 더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장악, 공개매수 등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표 거의 반반씩 갈려=이번 리크텐슈타인의 이사회 입성은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현 경영진조차도 KT&G와 칼 아이칸측 지지표를 각각 의결권의 40%, 35%로 전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일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지지표는 아이칸 측의 지지세력이 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주당 투표권 2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사외선임 과정에서 ▦안용찬 애경산업 대표 7,475만표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고문 3,694만표 ▦리크텐슈타인 대표 8,480만표 ▦하워드 엠로버 벡터그룹 대표 23만표 ▦스티븐 울로스키 뉴욕주 변호사 1,757만표 등을 얻었다. 즉 KT&G측 2명의 후보는 1억1,168만여표(52.1%)를, 아이칸 연합측 3명의 후보는 1억261만여표(47.9%)를 득표한 것으로 양측의 득표차는 불과 4.2%포인트에 불과하다. 아이칸 측이 우호세력을 조금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을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경영권 간섭 노골화 전망=아이칸 측은 앞으로 유휴 부동산 및 비핵심 자산 매각, 인삼공사 IPO 등 기존의 요구 사항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또 아이칸측 이사는 이사회 소집을 상시 요구할 수 있고 사장 해임 건의안을 이사회 안건에 올릴 수도 있다. 물론 아이칸측 이사는 전체 이사 12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비공식적인 요구와 달리 이사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경우 KT&G 측으로서는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까발려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KT&G가 자사주를 기업ㆍ우리은행 등에 매각, 의결권을 되살리려 할 경우 1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과 연대해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장악 시도할 듯=아이칸 측은 자신들의 이사 수를 점차 확대한 뒤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크텐슈타인은 그동안 기업을 사냥할 때 이사 1명을 먼저 입성시킨 뒤 이사회를 장악하는 전략을 써왔다. 지난 2001년 리크텐슈타인이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로 선임된 뒤 결국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꿰찬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내년에는 곽영균 KT&G 사장과 사외이사 4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아이칸 측의 이사 수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리크텐슈타인 대표는 “앞으로 모든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집중투표제를 일괄 적용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경영참여 확대 의사를 표시했다. 여차하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대한 뒤 임시주총을 통해 KT&G 경영권을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 스틸파트너스는 지난달 27일 뉴캐슬파트너스와 함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나스닥 기업인 폭스앤하운드레스토랑그룹의 지분 85.7%를 공개매수한 바 있다. 물론 공개매수가 쉽지 않을 경우 차익을 실현하거나 KT&G 경영진이 고배당 및 자사주 추가 소각 등의 안을 받아들이면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아이칸 측은 경영권 장악을 최종 목표로 두고 상황에 따라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KT&G 사외이사로 들어온 워렌 지 리크텐슈타인은 올해 41살로 미국 '2세대 기업사냥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가 주도하는 헤지펀드인 스틸파트너스는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고 자산은 총 17억달러 규모다. 지난 2002년 스틸파트너스 재팬 스트레티지펀드라는 자회사를 설립, 총자산의 60% 이상을 일본에 투자하고 있다. M&A 대상 기업들이 배당금을 올릴 때까지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리거나 공개매수 선언을 한 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해 수익률을 높여왔다. 최근에는 일본의 유시로화학과 소토를 공격, 일본 정부가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회사법을 개정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 첨단군사장비 제조업체인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 안젤리카에 대해서도 공격을 진행 중이다. 칼 아이칸과는 지난 1월 KT&G 공격을 위해 손을 잡았다.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며 아이칸과 마찬가지로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달 말 KT&G 이사회가 열릴 경우 한국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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