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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탈 조짐이 심상찮다.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는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 올해 중 가장 강도가 높았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4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장기 투자가로 분류되는 미국 자금의 채권시장 이탈이 심해 유동성 잔치를 벌이던 선진국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연율 기준)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미국이 출구전략 (금리인상)을 가동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들어 지난 23일까지 외국인은 전체 상장채권 보유분 중 3,2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8월 820억원 순유출을 기록한 후 넉 달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300억원어치를 내던져 순유출 규모가 가장 컸고 일본 900억원, 룩셈부르크가 5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외국인의 이탈세가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2월 중 2조2,151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순매도 전환은 10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자금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자금이탈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장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일본이 국내 시장에서 돈을 빼가고 있어 이같이 이탈 규모가 커지면 변동성이 높은 유럽 자금까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미국의 금리인상 시그널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선진시장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을 비롯한 장기성 자금이 먼저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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