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안타까움·바람 등 다양한 색깔의 감정이 철철 묻어났다.
자신을 전직 국민은행 임원이라 소개한 그는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연재한 '위기의 국민은행 시리즈'를 보고 시원섭섭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인터뷰였다. 질문을 하기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쪽으로 진행됐다.
그는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상념을 마구 쏟아냈다.
그러면서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력 있고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높은 선배가 은행장이 되고 지주사 회장이 돼야만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그러지 못한 조직쇄신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유독 KB금융에서만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은행의 채널문제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지만 그것보다 더 문제인 것은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해야 하는데 생전 모르는 사람들이 상사로 내려오는 상황에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서 있을 자리가 없다"며 "심지어 국책은행도 자행 출신 행장을 배출하는 시대에 지금처럼 은행을 잘 알지 못하는 인사들이 위에서 군림하는 한 국민은행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행 직원만 2만명이 넘는데 당연히 뛰어난 인재들이 많지만 수뇌부가 바뀔 때마다 은행에서 쫓겨나고 사라져가는 것"이라며 "답은 단 하나, 조직을 잘 알고 조직을 사랑하고 후배들로부터 신망을 얻는 행장이 나와야 국민은행 내부 깊숙이 아로새겨진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잘못된 지배구조가 멀쩡한 금융기관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 금융당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문제는 생략한 채 논의되는 쇄신안은 미봉책이지 근본처방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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