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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동강은 지금...
입력1999-06-22 00:00:00
수정
1999.06.22 00:00:00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동강(東江)살리기」캠페인이 서울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시체말로 동강이 떴다. 강원도 정선·평창·영월 3개 군(郡)의 접경을 잇는 동강 현지는 요즘 전국에서 몰려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처음엔 환경보존운동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영월댐 건설로 수몰되는 현장을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서 자기들 캠페인에 호응케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선에서 영월까지 첩첩산을 구비구비 도는 동강을 고무보트를 타고 옛날의 뗏목처럼 때로는 여울의 급류(急流)를 흘러내리며 마음껏 태고(太古)의 비경(秘景)에 잠기게 하는 코스이다.
여름캠프를 겸해서도 좋다는 소문이 나자 동강주변은 이제 이름난 관광지로 변해 버렸고, 이에따라 모든 것이 상업화되어 간다. 고무보트를 태워주는 소위 레포츠 업체가 나날이 늘어 18개소가 됐고, 토종닭·매운탕의 음식점과 민박업소들이 요소요소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기업체·학교·각종모임의 단체관광까지 밀려들어 주말이면 대형버스가 100대쯤 찾아들어 혼잡을 이룬다. 고무보트 타기를 현지에서는 래프팅(RAFTING)이라고 하는데, 래프팅의 종착점인 영월 거운리 다리 근처는 신설된 음식점들로 북적댄다. 겉으로 보기에는 동강 살리기와 전혀 관계없는 새로 조성되는 관광지의 장터같은 분위기이다.
앞으로 정부가 영월댐 건설을 밀어 붙일 것이냐 또는 불길처럼 일어나는 동강 살리기를 수용할 것이냐는 것은 현재로서 아무도 모른다. 찬(贊) 반(反)양론이 팽팽한듯 하고, 현지사정도 이해득실(利害得失)에 따라 양쪽으로 갈려 갑론을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월로 들어서는 국도변에는 댐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을 잇고 있다. 「강원도의 자존심 동강을 지키자」 「창조질서 파괴하는 동강댐 건설 반대」 「동강이 통곡한다. 영월은 어쩌라구」 「나 동강은 흐르고 싶다」등이다.
반면에 수몰예정지역의 강마을 사람들은 하루 빨리 댐건설이 확정되어 보상받게 될 날만을 기다린다는 얘기다. 충주댐 용담댐등의 예(例)에 따라 보상금을 올려 받으려 갑자기 꽃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등장했는가 하면 대대로 붙여오던 밭은 물론 자투리 땅에도 빚을 내서 배나무 사과나무등의 유실수를 빼곡히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결정이 늦어저서 빚에는 이자(利子)에 이자가 붙어 버거운 농가부채로 바뀌는 현실이다.
1박2일, 동강에서 지내고 돌아서는 마음은 명쾌치 않았다. 시일이 지날수록 정부의 결정이 더 늦어질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자기만 아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에 밟히면서도 동강은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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