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창립 24년 만에 업계 2위로 급부상한 것은 터를 잘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얘기인즉 신한금융그룹 본점이 위치한 서울 중구 태평로 대경빌딩은 조선시대에 돈을 만든 곳이어서 돈을 굴리는 은행업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 지난 82년 서울 명동에서 영업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86년 지금의 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신한은 20층인 이 건물의 약 81%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 터는 과거에 삼성그룹도 태평로 본점과 함께 삼성타운을 만들기 위해 매입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곳. 태평로2가 120번지 일대는 조선 후기 1883년부터 1904년까지 조폐기관인 전환국의 터였다. 전환국은 조선사회에 근대적 화폐제도를 도입한 기관으로 지금의 대한조폐공사 격이다. 신한금융그룹은 4월1일 조흥은행과의 통합과정에서도 본점 소재지로 대경빌딩을 고수했다. 모자라는 공간은 대한상공회의소 자리를 빌리면서 이 사옥을 본점으로 고집한 데는 명당이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9월 신한금융지주로 재탄생했고 2002년 5월 제주은행, 2002년 8월 굿모닝신한증권 출범, 2003년 9월 조흥은행 인수에 이어 올 4월 통합신한은행 출범을 거쳐 업계 2위로 도약했다. 초창기 4개에 불과했던 신한은행 점포는 1,000여개로 늘어났다. 흥미로운 점은 LG카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신한카드도 이 빌딩 12층과 14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터가 좋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직원들의 노력과 희생, 특유의 기업문화가 지금까지의 성장을 일궈낸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