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세계경제에 폭풍의 핵으로 등장하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는데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연결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 이 같은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국내적으로도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감소 등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정부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을 하면서도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엔 캐리 자금의 급격한 회수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서브 프라임에 크게 물려 있는 게 없어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세계 경제가 넘쳐 나는 유동성 잔치 속에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왔던 만큼 서브 프라임발 조정의 강도에 대해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인한 하반기 경기 위축 가능성에 대해 “국제통화기금이 최근 서브 프라임의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한 상황에서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높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험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의 시각은 이와 사뭇 다르다.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당시 분석된 서브 프라임발 위험요인이 정확히 산출된 계량적 지표를 토대로 나왔는지 의구심이 들 뿐만 아니라 한번 충격이 오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금융시장 특유의 속성상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당초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지목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제유가 및 고유가 등 외부 변수의 불확실성이 보다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민간소비ㆍ설비투자 등 실물경제에 일정한 변동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 상반기를 보면 외견상 증시 활황이 가계의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하방침투 효과가 민간소비 관련 지표 등을 통해 확인됐지만 하반기에는 그 반대의 메커니즘으로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하락→자산소득 감소→민간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이른바 ‘역자산효과’가 하반기 우리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ㆍ4분기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1%로 선전하고 설비투자(9.1%), 소비재 판매(4.7%)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던 경기의 순탄한 흐름이 서브 프라임 위기로 둔화할 경우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 역시 4.5% 아래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 수석연구원은 “위험자산 회피현상으로 그간 고수익 투자처로 운용해왔던 기관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급격한 국내 증시자금 이탈이 촉발될 경우 그 영향은 충분히 실물경제 부문까지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 부문까지 타격을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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