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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치, '열도를 뒤흔든 질주'

일본의 단신 마라토너 노구치 미즈키(26)가 열도의 새벽 잠을 깨우는 놀라운 질주를 펼치며 아테네 클래식 코스의 히로인이 됐다. 노구치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 북동쪽 마라토나스스타디움을 출발해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으로 골인하는 아테네올림픽 여자 마라톤 42.195㎞ 레이스에서 2시간26분20초의 기록으로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150㎝, 40㎏의 왜소한 체구인 그는 근대올림픽의 발상지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에서 그 누구보다 큰 거인으로 우뚝 섰다. 노구치가 다카하시 나오코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제패에 이어 일본의 올림픽여자 마라톤 2연패를 이뤄내자 스타디움 한쪽에서 '닛폰'을 외치던 일본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고 일본 취재진들은 그의 뒤를 쫓느라 숨가쁘게 움직였다. 노구치는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에서 그리스의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가 2시간58분50초에 달린 길을 여성의 몸으로 30분 이상 앞당겨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2002년 일본 나고야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데뷔해 이번이 생애 4번째 완주인 노구치는 작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캐서린 은데레바(케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이날 레이스에서는 은데레바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설욕에 성공했다. 노구치는 체구의 핸디캡을 딛고 폭발적인 질주를 펼치는 선수로 알려져 있으나국제무대에서는 이날 기권한 우승 후보 0순위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나 은데레바에비해 지명도가 떨어졌었다. 노구치는 아테네에 입성하기 전 이봉주(삼성전자)와 함께 스위스 생모리츠에서고지 훈련을 소화했고 삼성전자육상단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친분도 쌓은 선수. 생모리츠에서 그를 지켜본 삼성전자육상단 조덕호 과장은 "한마디로 다부지고폭발적인 선수다. 앉은 자리에서 불고기에 밥 2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모든 면에서자신감에 넘쳐있었다"고 말했다. 노구치는 해발 1천800m 고지인 생모리츠에서 5㎞를 16분20초대에 주파해 아테네에 들어오기 전 이미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었고 마침내 '마라톤 여제' 래드클리프의 아성을 깨뜨리고 여자 마라톤의 새로운 여왕 자리를 넘보게 됐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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