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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LEAD OR LEAVE'

「LEAD OR LEAVE」「이끌어라, 그렇지 못하면 아예 떠나버려라」는 의미다.이는 90년대 초 인터넷 상에서 전자민주주의를 표방한 미국의 한 통신그룹이 들고 나와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구호다. 종전에는 미국 내의 사회적 문제를 인종이나 계급간의 갈등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었다. 그러나 이 통신그룹의 대표인 롭 넬슨과 조 코완은 미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세대간의 갈등으로 보는 특이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기성세대는 급속히 일어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들은 변화를 선도할 힘도 없다. 그들이 미국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갖가지 미국병이 치유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롭 넬슨과 조 코완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광장에서 열변을 토했다. 「이끌지 못할 것이면 떠나라」고. 「LEAD OR LEAVE」는 변화가 절실하지만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국가나 사회, 조직, 심지어 가정과 같은 미세 단위에도 각성과 전환의 계기로 새겨봄직한 경구다. 우리 주변에서도 「무변화」라는 중증을 앓고 있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빅딜과 관련, 재계에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데이콤과 신세기통신의 경우가 그렇다. 데이콤과 신세기통신도 무변의 세월이 너무 길게 지속되고 있다. 떠나야 할 자가 떠나지 않아「데이콤병」「신세기통신병」이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데이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기업이었다. 80년대 PC통신 「천리안」이라는 신기한 물건을 들고 나왔을 때는 데이콤에 관한 것이 모두 뉴스거리였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데이콤은 통신업계에서 명실공히 한국통신에 이은 2인자였다. 그러나 이동전화회사들이 등장한데다 국제전화·시외전화사업의 부진까지 겹치자 통신업계 랭킹이 7위까지 떨어졌다. 천리안 덕에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모두 데이콤이 「위기」라고 본다. 신세기통신도 마찬가지. 비록 「이통(移通)파문」이라는 출생배경을 갖고 있지만 「제2이동전화회사」로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등장한 것이 신세기통신이다. 신세기통신은 우리가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CDMA기술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기념비적 의미에다, 미래가 창창한 이동통신을 업으로 하고 있어 무한한 성장이 기대됐다. 그러나 신세기통신은 1년반 뒤 등장한 PCS회사 한국통신프리텔이 영업 개시한지 1년만에 추월당했다. 지금은 이동전화 4위 LG텔레콤에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신세기통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위기」라고 한다. 데이콤과 신세기통신은 공통점이 있다. 소유권분쟁을 겪고 있다는 것, 그것도 너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같은 배를 타야 할 주주들이 협력하기는 커녕, 경쟁자가 경영권을 잡을까봐 견제하느라 날밤을 지샌다. 외자 유치도 무산되고 증자도 번번이 물건너 간다. 중요한 정책 결정은 매번 주주들의 「이로 인해 누가 덕을 보나」 하는 범죄수사적 심산 때문에 지체되고 흐지부지된다. 데이콤과 신세기통신은 경영환경이 급변할 때 과감한 방향전환을 해본다거나 경쟁사들을 향해 선제공격을 가한 적이 거의 없다. 때론 수비할 여력도 없어서 허덕인다. 이상한 회사 구조이지만 현실이다. 이게 다 주주들이 이해 차이로 회사의 뒷다리를 잡고 있는 까닭이다. 「비즈니스전쟁」에서 그것도 전략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마냥 방치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데이콤과 신세기통신 주주들이여, 회사가 위기 라고 느끼면 이끌어라. 아니면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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