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재경부 금리인상 갈등 갈수록 치열 채권시장만 '갈팡질팡'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구조적인 '저(低)물가' 상황만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라는 말이냐."(14일 한국은행 관계자)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금리정책에 있어 최고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이라며 사실상 금리인상에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금리를 둘러싼 재경부와 한국은행간 논쟁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또 금리를 둘러싼 양 기관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현행 한국은행법상 재경부 장관에게 부여된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는 것은 '물가' 부분. 한 부총리는 지난 13일 과천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최고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물가가 대단히 안정돼 있으며 이를 최우선 고려한 뒤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이므로 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 박승 한은 총재는 다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박 총재는 8일 기자회견에서 "금리정책에 있어 물가가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틀림없지만 현재 세계적인 저물가는 중국이 값싼 공산품을 공급하는 데 따른 위장된 저물가"라며 "따라서 물가에 맞춰 금리정책을 조정하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저금리정책을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할 때는 경기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내년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물가라는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물가 이외의 고려요소에 대한 입장도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한 부총리는 "금통위와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경제지표에 따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는 반면 박 총재는 "오랫동안 유지된 저금리 체제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을 시정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장기성장과 관련 있는 자산배분을 고려해야만 통화정책의 유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재경부는 통화정책의 효용성을 걱정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두 기관의 '금리 주장'은 앞으로 8ㆍ9월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8월 경제지표에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이 7월보다 좋게 나올 경우 한은의 금리인상론이 힘을 받겠지만 만약 애매하게 드러날 경우 양측간 금리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경부 장관의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 현행 한은법 제5장 91조 1항에는 재경부 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상충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금통위가 의결한 금리결정에 대해 재경부 장관이 승복하지 못할 경우 다시 의결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셈이다. 재경부 장관이 재의를 요구하면 재의결 기준이 과반수 찬성에서 5인 이상 찬성으로 강화되고 다시 재의결이 될 경우 최종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위임된다. 이와 함께 재경부 차관이 금통위에 배석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하는 '열석발언권'도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이헌재 전 부총리와 박승 한은 총재의 대립이 극에 달했을 때 김광림 전 차관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할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한은법 개정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칙 아래 생겨난 조항"이라며 "재경부가 투표권은 없지만 한은법상 금리정책에 대한 발언권이 명시돼 있어 '금리정책'에 대해 함구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은측은 부총리가 전례에 없는 실력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정부가 법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법상 재의요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절차에 대한 세부규정은 전혀 없다"며 "열석발언권 등 사전에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의요구를 한다는 것은 금통위의 중립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9/14 17:59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